25일 오후 6시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기 위해 서울 광화문 광장에 모인 인파는 세월호 유족 80여명을 비롯한 2300여명(경찰 추산). 불과 일주일 전인 18일 800여개 시민단체 등 1만여명 인파가 모인 것에 비해 약 5분의 1 수준이다. 집회 현장 분위기도 지난 주와는 사뭇 달라졌다.
집회 참가자들은 홍익대 정문·용산역·성신여대 입구·청량리역에 집결해 세월호를 추모하는 취지의 약속대로 침묵 행진을 벌였다. 물론 일부 참가자가 마이크와 확성기를 이용해 ‘쓰레기 시행령을 폐기하라’,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박근혜 정권 퇴진하라’ 등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을지로 입구부터 종로2가까지 일부 구간에선 처음 신고와 달리 자동차 도로를 무단 점거해 교통 체증을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 집회 참가자들은 법을 준수했다.
또 이날 ‘공적연금강화 국민행동’(국민행동)과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공투본) 회원 1만8000명도 오후 1시부터 서울광장, 서대문 독립공원 등에서 집회를 벌였고, 이중 일부가 오후 6시 세월호 추모 집회가 열리는 광화문 광장으로 합류했다. 경찰은 도로 혼잡을 걱정했으나 오히려 광화문 일대 도로는 평소보다 더 한산했다. 교통 혼잡을 예상한 운전자들이 광화문을 우회한 것이다.
태극기 소각, 경찰의 차량 전면 통제 등 상식 밖의 일이 벌어진 지난 주 광화문 일대와 이번 주 광화문 일대는 완전히 다른 곳이었다. 지난 주에는 시위대와 경찰 간에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져 시민 100명이 연행되고, 물대포와 최루액이 난무했다. 광화문 일대 도로를 차 대신 경찰과 시위대가 달리는 난장판이 벌어진 것이다.
이날 대규모 집회가 예상보다 차분한 분위기로 흘러 간 것은 세월호 유족 일부가 지난 23일 “더 이상 과격한 정치 투쟁의 현장에서 세월호 가족들이 다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며 시위가 정치성을 띄는 걸 경계한다는 입장을 낸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집회 참가자들도 지난주 집회의 과격성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또 경찰도 경찰차로 벽을 만드는 이른바 차벽 등 과잉 대응에 대한 비판을 의식했다는 지적이다. 경찰은 이날 집회 현장 주변에 9400여명 경력을 배치하고, 상황에 따라 도로를 통제한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예상보다 평화로운 분위기에 집회에 개입 하지 않았다. 이런 명분 없는 시위에 대한 반감은 노동계에서도 감지된다.
민주노총은 24일 이날 오후 전국 16개 지역에서 파업집회를 열고 30일까지 총파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과거 민주노총 파업의 주력부대 역할을 했던 현대차 노조가 ‘억지파업’이라고 비판하며 사실상 불참을 선언했다. 조합원 4만5600명 중 노조 간부와 대의원 등 500여명만 파업에 참가한 것이다. 현대차 등의 파업 불참으로 민노총은 전체 파업 참가 인원을 27만명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참여자는 3만5000명에 불과했다.
파업 참가율이 낮았던 이유도 파업의 목적이 근로조건 개선이 아니라 정부 정책 비판인 정치 성향이 강했기 때문이다. 민노총이 내건 총파업 의제는 ‘노동시장 구조개악 저지’와 ‘공무원연금 개악 중단’과 같은 정부 정책 비판이 대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