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하얀 雪山 닮았네요, 그 사내의 순수한 사랑

입력 2015.04.25 03:00

'눈의 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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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경전|해이수 지음|자음과모음|357쪽|1만3500원

'길 위의 작가'로 통하는 소설가 해이수가 첫 장편소설을 냈다. 그는 호주에서 보낸 5년 체험을 담은 단편을 비롯해 여러 나라를 떠돈 여행기를 소설에 녹여냈다. 이번에 낸 장편은 히말라야 설산(雪山) 여행을 통해 삶의 정화(淨化)를 꿈꾼 한 사내의 순수하면서도 애틋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옛 연인의 죽음 소식을 들은 주인공이 그 사랑을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히말라야를 찾아가 추억 속으로 순례의 길을 떠난다.

독자는 소설을 펼치자마자 고도 4500m가 넘는 설산의 눈보라를 마주 하게 된다. '듬성듬성 자란 히말라야 소나무는 밑동에서 우듬지까지 통째로 결빙된 채 서 있었다. 지도에서 본 대로 그곳은 빙하 호수였다. 물은 얼었다가 녹고 다시 얼어 터지면서 군데군데 사람의 키만큼 융기해 있었다.'

거대한 빙하의 차가운 위엄이 신성한 사원(寺院)을 연상케 한다. 그 높은 곳까지 찾아간 주인공의 고행(苦行)을 지그시 반긴다. 주인공은 순수의 상징 속으로 투신하고, 자연은 상처받은 영혼을 위로한다. 작가는 눈송이가 허공에 써내는 경전(經典)을 필사하듯이 소설을 썼다. 그곳을 에워싼 순수한 분위기 때문에 설산을 직접 가보지 않은 독자라도 낯설지 않다. 인간이 근원적으로 지닌 내면의 성소(聖所)가 절로 떠오르는 것. 주인공은 거센 눈보라 속에서 가냘픈 옛사랑의 추억을 등불로 삼아 겨우 발걸음을 뗀다. 그 모습은 작가가 애써 소설을 한 줄 한 줄 써나가는 욕망의 풍경화를 제시하기도 한다. 작가는 "두 손이 모아지는 지점에 바로 가슴이 있다"고 소설 후기에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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