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브레인 스토리] [132] 내 몸을 더 이상 수리받지 못한다면?

조선일보
  •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입력 2015.04.23 03:00

    김대식 KAIST 교수 사진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큰 방을 가득 채웠던 컴퓨터들은 책상 위에 올려졌고, 책상 위 데스크톱은 노트북 컴퓨터와 손바닥만 한 스마트폰으로 진화했다. 그리고 스마트폰은 얼마 전부터 '시계로 변장한 컴퓨터'로 변신하고 있다. '웨어러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목에 걸고, 귀에 걸치고, 신발에 신고, 머리에 쓰고. 웨어러블의 미래는 막 시작했을 뿐이다.

    웨어러블 다음의 모습은 과연 무엇일까? 많은 예측이 가능하지만 '임플란터블(implantable)', 즉 몸 안에 이식될 수 있는 기계들이 아닐까 싶다. 택시에 휴대폰을 놓고 내린 경험이 있다면 임플란터블의 장점은 분명하다. 절대로 잊지도, 떨어트려 고장 내지도 않을 테니 말이다. 몸 안에 나 자신을 인증해주는 임플란터블을 갖고 다니면 신분증이 필요 없고, 미아 방지용으로 임플란터블 GPS를 아이들에게 심어주면 된다. 기술이 더 발전하면 마비된 팔다리를 다시 움직이게 해줄 신경 자극기를 몸에 이식할 수 있고, 언젠가는 시력과 기억력을 향상시켜주는 두뇌 임플란터블 장비까지 상상해볼 수 있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기 마련이다. 컴퓨터는 끄면 되고, 휴대폰은 집에 두면 그만이지만 내 몸에 이식된 기계들은 언제나 나와 함께한다. 더 이상 피할 수도, 도망갈 수도 없다는 말이다. 내 몸에 대한 모든 정보가 수집되기에 '프라이버시'가 무의미해진다. 거기다 모든 기기는 언젠간 고장 난다. 내 몸 안에서 고장 난 임플란터블은 어떻게 교체해야 할까? 그리고 임플란터블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해야 한다면? 잘못 업데이트된 휴대폰은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을 뿐이지만, 잘못 업데이트된 임플란터블은 내 몸을 망가트릴 수 있다. 팔다리 운동을 증폭해주던 신경 자극기가 잘못 업데이트되면 길거리 한복판에서 몸이 굳어버릴 수도 있겠다. 결국 웨어러블을 넘어 임플란터블 세상이 시작되는 순간 인간의 몸 그 자체가 고장 나거나 업데이트될 수 있는 또 하나의 '기계'가 돼 버린다는 말이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