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司正) 캠페인이 자살과 복수극, 제 발등 찍기로 이어지고 있다. 많은 이가 한 달 전 정부의 사정 담화를 느닷없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갑작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이번 사정의 초점은 이명박 정부의 자원 외교였다. 이 전 대통령을 겨냥한 수사는 박근혜 정부 첫해인 2013년 4대강 공사 건설사들에 대한 전면 조사에 이어 두 번째다. 지금 사정은 처음이 아닐뿐더러 아마 마지막도 아닐 것이다.
마지막이 아니라는 것은 'MB는 틀림없이 엄청나게 해먹었을 것'이란 대중(大衆) 일각의 확신을 야당은 물론이고 친박 일부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 박·이 당내 경선 때 친박은 이 전 대통령을 '장사꾼'으로 불렀는데 이런 이미지는 그 후 많은 정치 갈등과 사건을 거치면서 대중 속에 뿌리박게 됐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자 야당을 지지했던 사람들이 "수천억 해먹은 MB 비리가 묻히게 됐다"며 원통해했다. 그러나 그들의 우려와는 달리 박 대통령 측도 그들 못지않게 'MB 비리' 확신을 갖고 있었다.
2012년 시민 단체 고발로 시작된 4대강 건설 담합 수사는 박 대통령 취임 이후 범위와 강도에서 차원을 달리해 진행됐다. 당시 수사를 받았던 사람들은 "이상득에게 준 돈을 대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한다. 담합 조사는 명분이었고 실제는 이명박 비리 수사였다. 수사받은 사람들의 표현대로 정말 '탈탈 털었다'고 하는데 나온 게 없었다.
건설업계에선 그럴 수밖에 없다고 한다. 4대강 공사는 저가 낙찰로 이익을 본 건설사가 없다시피 하다. 공사를 건설사들이 원해서가 아니라 이명박 정부가 팔을 비틀다시피 해서 한 것이다. 손해 보는데 누가 로비를 할까. 담합도 이익이 아니라 손해를 덜 보려 한 것이라고 한다. MB에 대한 적대감이라면 야당 못지않은 현 정권이 벌인 수사 결과가 이렇다면 아무래도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이번에 1년 만에 재개된 MB에 대한 2차 수사는 그의 회고록도 한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회고록엔 박 대통령을 자극하는 내용이 있었고, 청와대는 분노했다고 한다. 마침 감사원이 MB 정권의 최대 실정(失政)이라는 자원 외교가 부실투성이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이완구 총리가 박 대통령과 만난 다음에 발표한 사정 담화문엔 자원 외교 관련 부분이 '배임과 부실 투자'라고 표현돼 있다. 비자금·뇌물이 아니었다. 배임이나 부실 투자는 절차상 하자나 판단 착오일 수는 있지만 곧장 비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명박 자원 외교에 대한 수사는 비리에 대한 분명한 혐의보다 '틀림없이 해먹었을 것'이란 확신이 더 앞섰던 듯하다.
그 첫 대상이 MB와 같은 건설업 출신인 성완종씨와 MB의 고향인 포항을 근거지로 하는 포스코였다. 성씨가 검찰에서 어떤 조사를 받았는지는 알 수 없다. 그가 수사를 받은 후에 "나는 MB맨이 아니다"고 절규한 데서 그 내용을 짐작할 뿐이다. 문제는 검찰이 제기한 성씨의 자원 외교 비리 혐의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는 점이다. 포스코 베트남 비자금도 한 달이 넘었는데 그다음 소식이 없다.
국회 자원외교조사특위의 한 의원은 "뭔가 있을 것으로 봤는데 없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 같지 않다"고 했다. 그는 "구조적으로 당시엔 자원 보유국이 갑(甲)이었는데 그들이 왜 뇌물을 주겠나. 외국 제3자들이 중개하거나 합작했는데 그들이 비리에 동참했겠나. 그랬다면 지금 온전하겠나. 우리 공기업 입장에서도 외국의 불확실한 가능성에 투자하는데 국내에 로비할 이유가 있었겠나. 비리라는 선입견이 너무 강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MB를 변호할 이유가 없는 사람이다. 자체 조사를 했다는 MB 측은 자신 있다는 표정이라고 한다.
해외 자원 개발이 부실해진 것은 근본적으로 세계 원자재 값이 폭락한 탓이다. 반대로 폭등했으면 대박이 났을 것이다. 하지만 어쨌든 지금 당장은 큰 손실이고 원자재 값이 오르지 않으면 추가 손실도 예상된다. 이 전 대통령은 정책 실패 책임을 면할 수 없는데도 비리 논란으로 흐르면서 정책 실패는 흐지부지되고 있다. 자원 문제에서 지금 시급한 것은 보유 자산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대책이다. 거꾸로 비리부터 시작해 이렇게 헤매면 합리적인 논의를 막고 국가적으로 진짜 중요한 일들을 그르칠 수 있다.
이상득씨의 감옥행은 집권 전의 일 때문이었다. 집권 후 이 전 대통령이 부정(不正)했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다만 MB가 부정을 저질렀다면 한 가지 전제가 있어야 하는데, 그의 무모함이 바보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 비리를 수사했고, 노 전 대통령은 자살했다. 야권이 집권할 경우 그 사무친 원한을 어떻게 풀지는 어린아이라도 알 것이다. 야권이 아니면 박 대통령 집권인데 보다시피 그 원한도 야당 못지않다. 결국 곧 다 까발려질 게 뻔했다는 얘기다. 그래도 부정을 저지른다면 바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궁금한 것이 'MB는 정말 바보일까'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