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에 대나무로 만든 '공중정원' 띄우자"

    입력 : 2015.04.21 03:00 | 수정 : 2015.04.21 03:12

    [작가 최재은·日건축가 반시게루, DMZ내 보행로 '공중정원' 제안]
    군사분계선엔 20m '바람의 탑'… 멸종 위기 식물 '종자 은행' 구상

    반 시게루, 최재은씨 사진
    반 시게루, 최재은.

    재독 설치미술가 최재은(62)과 지난해 '건축계의 노벨상'이라는 프리츠커상을 탄 일본의 세계적 건축가 반 시게루(坂茂·58)가 강원도 철원 지역 비무장지대(DMZ)를 가로지르는 '공중 정원'을 제안했다. 대나무와 천연 재료만을 써서 철원 지역 DMZ 내 한탄강을 따라 지면에서 3~6m 떠 있는 총길이 12㎞에 달하는 왕복 보행로를 만들자는 안이다. 보행로 중간중간 공중 정원을 모두 12개 짓고, 군사분계선과 접하는 두 곳에는 높이 20m 전망대 '바람의 탑'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최근 방한한 최 작가는 기자와 만나 "1년 전부터 반 시게루와 DMZ 내의 생태를 보존하면서 남북통일을 염원하는 프로젝트를 함께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며 "최대한 DMZ 안의 자연에 손대지 않고 자연의 일부가 되게 하려고 지면에서 띄운 '공중 정원'을 고안했다"고 밝혔다. 대상 지역은 DMZ를 가로질러 남측 강원도 철원군과 북측 강원도 평강군을 잇는 한탄강 상류로, 총 12㎞에 이른다. 이 길에 궁예 도성이 있다.

    핵심은 '생태'다. 최 작가는 "큰 설치물을 만들자는 게 아니라, 최소한의 재료와 100% 자연 재료를 써 '순환적 공간' '선(禪)의 공간'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재료는 대나무. 대나무를 이식해 10~20m 자라게 한 뒤 중간 3~6m 높이에 보행로를 만든다. 최 작가는 "대나무는 반 시게루와 내가 즐겨 사용하는 재료이자, 번식력이 좋고 유연한 소재라 인간의 손길을 최소화한다는 측면에서 선택했다"고 했다. 반 시게루는 대나무로 재난 지역에 가설 건물을 지어본 노하우가 있다. 공중 정원 길의 시작과 끝엔 DMZ 내 멸종 위기 식물의 종자를 영구 보관할 수 있는 '종자 은행'도 포함했다.

    ①최재은과 반 시게루가 스케치한 DMZ 내 공중정원 가안. 대나무를 이식한 뒤 지면으로부터 3~6m 되는 지점을 엮어 공중에 떠 있는 보행로를 만들었다. 높이 솟은 탑은 군사분계선에 세울 전망대 ‘바람의 탑’. ②공중정원 가상도. 폭 3m 정도 보행로로 사람들이 걸어다니는 안이다. ③DMZ 공중정원 예상 위치도.
    ①최재은과 반 시게루가 스케치한 DMZ 내 공중정원 가안. 대나무를 이식한 뒤 지면으로부터 3~6m 되는 지점을 엮어 공중에 떠 있는 보행로를 만들었다. 높이 솟은 탑은 군사분계선에 세울 전망대 ‘바람의 탑’. ②공중정원 가상도. 폭 3m 정도 보행로로 사람들이 걸어다니는 안이다. ③DMZ 공중정원 예상 위치도. /최재은 제공

    최 작가는 "이 안을 통일부에 제출했고, 유엔난민기구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던 반 시게루의 인맥을 활용해 조만간 유엔에도 협력을 구할 것"이라며 "독일 통일 전 많은 예술가가 물밑에서 부단히 노력했듯 우리도 전 세계 문화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했다. 두 사람은 30~40초 정도의 DMZ 영상을 만들어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전 세계 작가들과 힘을 모을 계획이다.

    최 작가는 1970년대 중반 일본으로 건너가 1995년 베네치아 비엔날레 일본관 대표 작가로 참여했고, 해인사 성철 스님 사리탑 '선의 공간' 등을 만든 유명 작가. 판문점을 다룬 영화 '길 위에서'를 제작한 뒤 분단에 관심을 갖게 됐고, 2010년 베를린으로 건너갔다. 반 시게루는 세계 재난·분쟁 지역을 찾아다니며 종이, 대나무, 천 등 자연 친화적인 재료로 난민 보호소를 만들어 '인도주의적 건축가'로 불린다. 두 사람은 최 작가가 일본에서 활동할 때부터 아는 절친한 친구 사이다.

    반 시게루는 이메일을 통해 "공중정원은 단순한 토목 공사를 벗어나 생태계와 공존하는 방식으로 착안한 것"이라며 "프로젝트가 실현돼 한반도에 훈풍이 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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