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서울 도심에서 자취를 감췄던 불법 폭력 집회가 세월호 1주기를 기점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세월호 1주기를 앞둔 11일 시작된 서울 도심 불법 집회가 16일 세월호 1주기 당일에 이어 주말(18일)에도 이어지면서 도심 일대에 극심한 차량 정체가 빚어져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이날 시위 참가자 중 한 명이 태극기를 불태우고 시위대가 경찰버스를 부수는 등 과격 양상을 보이면서 경찰은 올해 들어 처음으로 물대포까지 동원했다.
◇세월호 국민대책회의 행사 폭력 시위로 번져
18일 오후 3시 '세월호 참사 1년 범국민대회'가 열린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는 노란 리본과 함께 각종 단체의 이름이 쓰인 높이 5m가량의 깃발 170여개가 나부꼈다. 세월호 인양과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 폐기 등 그간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의 요구 사항 관철을 시위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이날 행사는 유가족보다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세월호 국민대책회의)'가 주도했다. 지난해 5월 결성된 세월호 국민대책회의는 좌파단체 등 800여개 단체가 참가하고 있다.
이날 서울광장 행사에는 민노총, 정의당, 노동당, 전교조, 금속노조, 전국운송노조, 보건의료노조 등 단체 소속 회원들과 대학생, 유족 등 약 1만여명이 모였다. 참가자들은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폐기하라' '세월호를 인양하라' '박근혜 정권 물러가라' '과도정부 구성하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행사 뒤 참가자들은 지난 11일과 16일에 이어 이날도 서울광장·광화문광장을 거쳐 청와대까지 행진을 시도했다. 오후 4시 30분쯤 "유족들을 만나러 가자"는 사회자의 말에 시위대는 경찰에 사전 신고 없이 광화문 방향으로 행진을 시도했다. 행진 중 종로의 YMCA 건물 옥상에서는 '유족들과 하나 되어 박근혜 정권 끝장내자' 등의 문구가 적힌 '자주통일과 민주주의를 위한 코리아연대' 명의의 유인물이 뿌려졌다. 코리아연대는 세월호 국민대책회의 소속 단체로, 2011년 북한 김정일 사망 당시 무단으로 방북해 조문한 단체다.
경찰은 이날 세종로 사거리 동화면세점 도로 앞에 차벽을 설치해 시위대의 광화문광장 진입을 막았다. 경찰은 이날 광화문 일대에 경찰 1만3700여명과 트럭 18대 등 차량 477대를 동원해 6겹의 차벽을 쳤다. 이 바람에 경복궁 앞, 광화문 북측 광장, 세종대왕상 앞, 세종로 사거리 지역의 차량 진입이 완전히 차단됐고 시위대는 청계천변을 따라 흩어지며 지하도와 골목길을 통해, 일부는 지하철을 타고 광화문광장 쪽으로 진입을 시도했다.
◇태극기 태우고 경찰버스 부순 시위대
날이 어두워지면서 시위는 더 과격해졌다. 오후 6시 30분쯤부터 세종문화회관 일대에 모인 시위대 5000여명 중 일부가 경찰의 저지선을 뚫기 위해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광화문 누각 앞 차도 등을 점거한 시위대 일부는 경찰버스 유리창 등을 부수고 차량 안의 분말 소화기를 꺼내 뿌리거나 경찰 보호장구 등을 빼앗아 차벽 너머로 던지기도 했다. 경찰버스에 스프레이로 '박근혜 퇴진'이라고 썼고 진입로를 확보하기 위해 밧줄로 경찰 버스를 묶어 흔들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버스 71대 등 경찰 장비가 파손됐고 시위대가 침입한 차량 안에 있던 의경들의 지갑 등 개인 소지품 130여점이 사라진 것으로 파악됐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이날 시위대에 물대포를 쐈다. 경찰은 또 이날 광화문광장에서만 79명 등 총 100명을 경찰서로 연행해 조사했다. 이 가운데 '유민 아빠' 김영오씨 등 유가족 20명도 포함됐다. 경찰청은 18일 집회를 '불법·폭력집회'로 규정하고 시위 주동자를 밝혀내기 위해 서울지방경찰청에 수사본부를 설치했다. 경찰은 특히 이날 시위에서 태극기를 태운 20대로 추정되는 남성의 신원을 파악 중이며, 대한민국을 모독할 목적으로 태극기를 태웠는지(국기 모독 혐의)를 조사할 방침이다.
그러나 유족 등 시위 참가자들은 "경찰이 평화로운 행진을 먼저 막았다"며 반발했다.
◇불법 시위에 아슬아슬한 광화문
한편 이날 불법 시위로 광화문 일대 등 도심 교통이 서너 시간 마비돼 이 일대를 지나는 시민이 불편을 겪었다. 또 광화문 누각이 훼손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자아냈다. 실제 이날 광화문 누각 바로 앞에선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면서 물과 최루가스, 분말이 난무했다.
지난 2013년 3월에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옆에서 민주노총 쌍용차지부가 설치한 천막에 화재가 발생해 덕수궁 돌담과 서까래 일부가 훼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