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똑바로 보라" 메르켈 독 총리 충고에 삐친 일본이 만든 신조어 연독(煙獨)의 뜻은?

입력 2015.04.19 18:50 | 수정 2015.04.19 22:01

지난달 7년 만에 일본을 방문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아베 정권의 역사 왜곡을 문제 삼는 발언을 한 뒤, 일본 내에서 독일을 껄끄럽게 여기는 ‘연독(煙獨) 정서’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추세라고 마이니치신문이 보도했다. ‘연독’은 ‘거북해하다’ ‘불편하게 여기다’는 뜻의 일본어 ‘게무타가루(煙たがる)’와 독일을 합쳐 만든 말이다. 한국·중국을 향한 혐한(嫌韓), 혐중(嫌中) 정서보다 수위는 낮지만, 상대국에 뚜렷한 반감을 갖고 있다는 점에선 다를 바 없다.

독일은 한국·중국과 달리 일본과 과거사 및 영토를 둘러싼 분쟁이 없다. 오히려 2차대전을 일으킨 국가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일본이 독일을 껄끄러운 대상으로 인식하게 된 것은 메르켈 총리의 최근 발언 때문이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달 방일 기간 중 “과거를 똑바로 바라보는 것은 화해를 위한 전제 조건이다. 독일이 국제사회에 다시 받아들여진 것은 과거를 똑바로 마주 봤기 때문이다. 일본도 주변국과 화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예상치 못한 역효과를 초래했다. 상당수 일본인은 발언의 타당성을 가리기 전에 ‘쓴소리’에 무조건적 거부 반응을 보였다. 발언 직후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이 “일본과 독일의 전후(戰後) 처리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불쾌감을 표시한 데 이어, 온라인에선 “독일이 (일본에 충고할 만큼) 그렇게 대단한가” “독일은 일본을 내려다보는 식으로 이래라저래라 할 입장이 아니다”는 반발이 터져나왔다.

일본을 훈계한 독일을 거꾸로 비판하는 여론도 적지 않았다. 최근 그리스 치프라스 총리가 독일에 나치가 저지른 피해 배상금을 요구했다가 독일 정부로부터 거절당한 일을 끄집어내 “독일도 과거를 반성하려면 그리스에 무릎 꿇고 사죄한 다음, 손해 배상금을 다 물어주라”는 의견이 큰 호응을 얻었다.

일본 보수 언론도 연독 정서에 편승해 ‘독일 때리기’에 나섰다. 산케이신문은 지난달 11일자에 “나치와 일본을 혼동하지 말라”며 “일본은 나치 독일처럼 조직적으로 특정 인종을 박해하거나 말살하는 행위를 한 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월간지 ‘테미스’도 이번 달 호에 “유대인 대학살은 대동아전쟁(일본과 연합군이 태평양에서 벌였던 전쟁)이나 일본군위안부와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문제”라면서 “독일이 훌륭하다고 그들을 편드는 사람이 많지만, 그들의 본심이 무엇인지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일본에 번지는 연독 정서가 정상이 아니라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독일사 전문가인 다쿠쇼쿠(拓殖)대 사토 다케오 교수는 “독일이 전쟁의 모든 책임을 나치에 지우려 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아무런 죄가 없는 현재의 독일인들조차 자신들이 할 수 있는 한 (전쟁의) 책임을 지려는 자세를 흔들림 없이 지켜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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