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브레인 스토리] [131] 불편한 거짓말과 편한 진실

조선일보
  •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입력 2015.04.16 03:06 | 수정 2015.04.16 14:08

    김대식 KAIST 교수 사진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제목도 출연 배우도 잘 기억나지 않지만 내용만큼은 확실히 기억나는 영화들이 가끔 있다. 15세 무렵 우연히 봤던 한 영화가 그렇다. 뉴욕 맨해튼에 살고 있는 한 남자가 한 여자를 만난다. 서로 마음이 통했기에 사랑과 미래를 나눈다. 그들의 미래는 아름다워 보였다. 남자는 자신을 "잘나가는 소설가"라고 소개했고, 여자 역시 "잘나가는" 배우란다. 뭔가 수상했다. "잘나간다"는 사람들치고 너무나 가난한 삶을 살고 있으니 말이다. 결국 둘은 알게 된다. 남자는 백화점에서 구두 파는 소설가 지망생, 여자는 배우 지망생 창녀란 사실을. 너무나도 불편한 진실이었기에 커플은 헤어진다. 하지만 편하고 아름다운 거짓말도 할 수 없는 뭔가를 이 세상에서 가장 불편한 진실은 해줄 수 있다. 바로 진실이 불편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분석하고 실질적으로 풀어주는 '끝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남녀는 다시 만나고, 인사하며 서로에게 말해준다. 자신은 몸을 판다고, 자신은 구두를 판다고.

    '북한은 핵보유국이 아니다. 증세 없는 복지는 가능하다. 대한민국 국민은 모두 평등한 기회와 권리를 갖고 있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싫어하고 독도가 대한민국 영토라고 알고 있다.' 우리가 믿고 싶은 아름다운 거짓말들이다. 하지만 세상 대부분 사람은 독도가 어디 있는지 관심도 없고, 일본의 위상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세계는 입 꼭 닫고 얼굴 붉히는 한국 정치인들보다 세련되게 웃으며 거짓말하는 아베를 더 믿는다. 대한민국은 불평등하다. 증세 없는 복지 확산은 불가능하며, 북한은 핵보유국일 뿐 아니라 탄도미사일과 잠수함을 사용해 대한민국을 파괴할 능력을 키우고 있다. 이 모두 우리에겐 너무나도 불편하고 추한 사실들이다. 하지만 가장 불편한 진실이 어쩌면 가장 편한 진실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우리가 배우도, 소설가도 아니란 사실을 진정으로 인식하는 순간 진정으로 멋지고 우아한 작가와 배우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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