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를 수사 중인 검찰은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핵심 측근 '6인방'을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성 전 회장을 가까이에서 보좌하며 비자금을 만들거나 돈 심부름, 일정 관리, 수행 등을 했기 때문에 성 전 회장이 주장한 '정치자금 로비'를 확인할 수 있는 '증인'인 셈이다. 15일 검찰이 경남기업 본사를 압수 수색한 대상에도 이들 6명 모두 포함됐다.
검찰의 해외 자원 개발 비리 수사 이전까지만 해도 성 전 회장의 최측근은 한장섭(50) 경남기업 부사장이었다. 한 부사장은 대아레저산업 대표도 겸직하면서 경남기업과 계열사들의 재무를 사실상 총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특히 성 전 회장이 국회의원 출마를 저울질하던 2004년부터는 한 부사장에게 전결권을 줬으니, 회사 경영을 통째로 믿고 맡긴 셈이다. 성 전 회장의 장남인 승훈(34)씨는 경영기획실 이사로 근무하며 한 부사장과 마찰을 빚었는데, 성 전 회장이 오히려 한 부사장 편을 들어 승훈씨가 회사를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한 부사장은 계열사 대여금 180여억원과 경남기업 전도금 32억원 등의 횡령 혐의에 대한 책임이 자신에게 몰리자 "모두 회장님께 사전 보고하고 집행했다"고 진술했고, 성 전 회장이 배신감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입장에서는 성 전 회장의 로비 내역을 구체적으로 진술해줄 중요한 인물이다.
비서 중 리더는 박준호(49) 온양관광호텔 대표다. 추미애 의원 비서, 조배숙 전 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한 2003년 경남기업에 입사했다. 주로 성 전 회장 비서로 근무했고, 경남기업 홍보 담당 상무, 계열사인 대원건설산업 이사 등을 지냈다. 성 전 회장의 장례 절차에 대한 기자회견을 했고, 비서들에게 수시로 보고를 받으며, 언론 보도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을 해 눈길을 끌었다.
경남기업 비서실장 겸 홍보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이용기씨가 현재로서는 성 전 회장의 최근 동선(動線)과 개인사를 가장 잘 아는 인물로 꼽힌다. 경남기업에 입사한 후 비서로 발탁됐고, 성 전 회장이 2012년 19대 국회의원(충남 서산·태안)으로 당선되자 국회 수석보좌관으로 따라갔다. 이씨는 평소 주변에 "성 전 회장은 아버지 같은 분"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성 전 회장 지인들은 "모든 것은 이 부장이 알고 있다" "성 전 회장이 없을 때는 이 부장이 회장이나 마찬가지다"고 말할 정도다.
경남기업 인사총무팀장 정낙민씨도 이씨와 함께 성 전 회장의 의원 보좌관으로 일한 측근이다. 직책상 자금 등의 실무를 맡았기 때문에 성 회장의 개인적인 돈 심부름을 했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정씨는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보좌관 출신으로 경남기업 입사 당시 야당 인맥을 위해 영입한 인물이라는 소문이 났었다.
승용차 조수석에 타고 직접 따라다니던 비서는 금모씨다. 국회에 의원 비서로 따라갔었던 금씨는 성 회장의 일정을 관리하고, 수행·의전 등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운전기사 여모씨는 지난 9일 아침 자택에서 유서를 발견해 최초로 경찰에 신고한 인물이다. 여씨는 15일 충남 서산에서 열린 성 전 회장 삼우제에서 언론 인터뷰를 통해 "2013년 4월 이완구 총리 선거 캠프를 찾아갈 때 차에 그 음료수(비타500) 박스가 실려 있었고, 따라온 직원이 내릴 때 가지고 내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