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중소기업이 '주주이익 극대화'라는 전통적 기업관에 반기를 든 파격 실험에 착수해 화제가 되고 있다. 미 워싱턴주 시애틀에 본사를 둔 신용카드 결제서비스업체 '그래피티페이먼트'는 직원 최저 연봉을 7만달러(약 7700만원)로 인상하기로 했다고 뉴욕타임스가 14일 보도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4만8000달러였다. 이번 임금 인상으로 전체 직원 120명 가운데 70명의 연봉이 크게 오른다. 비서와 같은 단순 업무를 맡고 있던 직원 30명은 연봉이 배 이상으로 상승한다.
파격적인 연봉 인상은 이 회사 오너(소유주)이자 CEO인 댄 프라이스(30·사진)가 결정했다. 프라이스는 시애틀퍼시픽대학 1학년 때인 2004년 기숙사에서 창업해 연매출 1억5000만달러, 순익 220만달러의 알짜 회사로 키운 청년 기업인이다. 2010년엔 미 중소기업청이 선정한 '올해의 기업가상'을 받고 백악관에 초청돼 오바마 대통령과도 만났다. 그는 "직장생활 하는 친구 대부분이 연봉 4만~5만달러를 받는데, '치솟는 집세와 자녀 교육비 때문에 항상 적자'라고 하소연한다"면서 "소득불균형 문제가 심각한데 우리 회사부터 바로잡아보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해 프라이스는 지난해 100만달러였던 자신의 연봉을 직원들 최저 연봉과 같은 7만달러로 삭감하기로 했다. 그래도 모자란 부분은 회사 순익을 줄여 충당하기로 했다. 다행히 이 회사는 그의 가족이 지분 100%를 갖고 있기 때문에 주주를 설득할 필요도 없었다. 프라이스는 주행거리 22만㎞를 넘는 12년 된 중고차를 타고, 스노보드를 타는 게 유일한 사치일 정도로 검소하다. 이 때문에 연봉이 7만달러로 줄어도 생활에 큰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최저 연봉을 7만달러로 정한 것은 200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 프린스턴대 교수의 '정서적 웰빙(emotional well-being)' 이론에서 영감을 얻었다. 카너먼 교수는 연봉이 오를수록 직원의 정서적 웰빙 수준도 증가하지만, 일정선(7만5000달러)을 넘으면 만족도 증가 속도가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프라이스는 이번 결정이 '실험'이 아닌 '투자'라고 밝혔다. 그는 허핑턴포스트 인터뷰에서 "높은 연봉을 받는 직원들이 더 열심히 일하면 결국 회사에도 이익이 된다"고 말했다. 비용 통제에 급급하기보다, 임금을 더 주더라도 직원 사기를 높여 회사 가치를 높이는 게 소득불균형을 해소하는 자본주의적 해결책이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