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잘 아는 선배만한 교사 없죠"

조선일보
  • 김충령 기자
    입력 2015.04.16 03:00 | 수정 2015.04.16 09:07

    [취업멘토링 사회적기업 '레디앤스타트' 조윤진 대표]

    재능 기부 30·40대 멘토 400명… 직업 찾는 청년들과 1대1 상담
    "선배가 구직 돕는 네트워크, 국내 넘어 東北亞까지 넓혀야"

    취업난이 심각하다. 청년들은 대학 신입생 때부터 취업 준비에 목을 맨다. 영어 공인 점수, 학점, 인턴십 등 어슷비슷한 스펙 쌓기에 골몰하지만, 정작 '무슨 일을 하고 싶으냐'고 물으면 대답하지 못한다. 적성이 뭔지, 구직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도 모르니 청년들은 불안하다. 그래서 스펙 쌓기에 더 집착한다.

    7년 전 반도체 회사에 입사한 조윤진(31)씨는 후배들에게서 몇 년 전 자신의 모습을 봤다. "먼저 사회에 나온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도움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3년 전 '레디앤스타트(Ready&Start)'를 설립, 소셜멘토링 '잇다'를 통해 취업준비생들을 각 분야의 현직 선배에게 이어주고 있다. 선배들의 재능 기부로 1대1 멘토링을 하는 첫 사회적기업이다. 자기 돈 3000만원에 사회적기업 지원금을 합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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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양천구에 있는‘레디앤스타트’에서 조윤진(왼쪽에서 둘째) 대표가 동료들과 소셜멘토링‘잇다’의 홈페이지와 팸플릿을 들어 보이고 있다. 2012년 서른 명의 멘토로 시작한‘잇다’는 현재 16개국 출신 400여명이 멘토링을 제공하고 있다. /이진한 기자
    20대를 위한 맞춤형 소셜멘토링 서비스 '잇다'의 조윤진 대표(오른쪽 네번째)가 8일 양천구 목동 사무실에서 동료들과 자리를 함께 했다. /이진한 기자
    현재 400여명의 멘토가 4000여명 청년에게 조언해주고 있다. 김성준 SBS 앵커, 아코르앰배서더호텔 권대욱 사장처럼 50~60대도 있지만, 30~40대가 대부분이다. "청년들이 가려는 길을 먼저 가본 선배들의 경험과 시행착오 같은 실질적 조언을 해주는 거죠. '청년이여 힘내라' 같은 힐링이나 족집게 취업정보를 주려는 게 아닙니다. 사회 변화 속도는 빠르고 직업도 다양해지는데, 청년들은 제대로 된 진로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어요. 고교에선 '좋은 대학'에 가라고만 했고, 대학에선 산업 변화에 맞춘 구체적 교육을 해주지 못하잖아요."

    시작은 친구·선배 등 평범한 주변 인물로 구성한 멘토 30명이었다. "패키지디자인을 하는 선배가 첫 멘토를 맡아주었어요. 디자이너 지망생들을 상담했는데, 디자인 분야가 어떻게 세분화돼 있고, 구체적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다들 너무 모른다더군요."

    이제 멘토단은 변호사·회계사 같은 전문직부터 기술자, 합창단원, 동물원 사육사, 경찰, 박물관 큐레이터, 요리사, 노인운동 전문가, 통역사 등 다양해졌다. 한국인뿐 아니다. '잇다'의 취지에 공감해 멘토가 된 외국인도 10명이 넘는다. 학생들이 적성검사, 심리검사를 통해 원하는 직업을 설정하면 바로 그 직업을 가진 멘토와 맺어준다. 그는 "멘토 대부분이 취업난을 경험한 1997년 경제위기 이후의 취업자들이어서 요즘 청년의 고충을 잘 안다"며 "이런 활동이 확산돼 사회 선배가 구직하는 후배를 지원해주는 문화를 뿌리내리도록 하는 게 궁극 목표"라고 했다.

    취지는 좋지만 수익이 전혀 없으면 유지할 수 없다. 기업 후원이나 대학에서 유치한 진로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다소의 수익을 낸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으로부터 창업지원금도 받았다. 조윤진 대표는 "직장을 원하는 청년과 일할 사람을 찾는 기업 간의 정보 격차는 세계적 현상"이라며 "취업에 국경이 없어지는 시대이니 국내뿐 아니라 동북아 전체를 대상으로 한 멘토 네트워크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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