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인이라는 게 참으로 부끄럽다. 혼자 끌어안고 가야지 자신에게 섭섭하게 대했다고 해서 모두를 물고 늘어지는 것은 남자답지 않다."
"자신의 영달을 위해 도움의 손길을 바라는 사람을 저버리고 이후에도 '모르쇠'하는 태도는 비겁하다."
이완구 총리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간 '이전투구'를 바라보는 충청 주민들은 착잡해했다. 이 총리와 성 전 회장은 각각 충청도의 대표적 정치인과 기업인이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양측을 모두 비판하면서 "망신스럽다" "자존심 상한다"는 의견을 주로 보였다.
고진광 충청향우회중앙회 공동대표 겸 세종시향우회연합회장은 "충청도 지도자들끼리 서로 돈 줬느니 안 받았니 하는 것 자체가 분노를 일으킨다"고 했다. 그는 "살아서 싸워야지 죽으면서 돈 줬다 하고 폭로하는 것도 보기 좋지 않다"고 성 전 회장을 비판하면서도 이 총리에 대해 "도와준 사람을 매몰차게 대하니 민심을 잃는다"고 했다. 성 전 회장 고향인 서산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임원식(61)씨는 "이 총리가 잘못했다고 하는 사람들, 성 전 회장이 더 문제라는 사람들 의견이 반반으로 갈리는 것 같다"며 "성 전 회장 심정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충청권 총리를 이렇게까지 흠집 내야 하느냐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했다.
하지만 보령시 김모(58)씨는 "큰 의미의 정의도 중요하지만 의리나 인정 같이 일상적으로 사는 데 필요한 도덕도 중요하다. 비교하기 적절치 않을지 모르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신을 희생하면서 남들을 살렸다. 남에게 아무 피해를 주지 않았잖은가? 그런데 성 전 회장은 여러 사람을 물고 늘어지며 곤경에 몰아넣고 있다"고 성 전 회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최석진 태안군건설협회 사무총장도 "(성 전 회장이) 여러 사람을 곤란하게 만든 것에 대해 '오죽 답답하면 저랬겠느냐'는 생각이 들지만 한편으로는 '가시는 마당에 꼭 그랬어야 했는가'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인은 "성 전 회장은 돈으로 로비해 기업하고 정치했던 사람 아니냐"고 반문한 뒤 "검은돈을 수단으로 구명운동을 펴고, 뜻대로 안 되니 '함께 죽자'는 식으로 행동하는 건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열을 올렸다. 논산에서 사업하는 김모(54)씨는 "큰 기업을 인수하고 국회의원이 될 때 남들에게서 받은 도움은 생각하지 않고 서운함만 가득 품은 것 같다"며 "오랜만에 나온 충청 출신 총리를 도와주기는커녕 자신에게 섭섭하게 대했다고 진흙탕으로 밀어 넣은 것은 야비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상선 충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는 "총리직에 연연하는 것은 자신을 밀어준 충청인에 대한 배신이자 충청의 명예를 더럽히는 일"이라며 "총리직에서 내려온 뒤 수사에 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 전 회장이 설립한 서산장학재단 관계자는 "사재 수백억 털어서 장학금 주던 큰 일꾼이 숨져 안타깝다. 이 총리가 대권 욕심에 눈이 멀어 다른 사람을 미는 성 전 회장을 친 것"이라고 정치적 해석을 했다. "성 회장님이 마지막으로 회의할 때 양손으로 자기 머리를 감싼 채 '이완구! 이완구!'라고 했대요. 얼마나 상처가 컸으면 그랬겠어요. 이해관계가 틀려도 그렇지, 그렇게 대놓고 사람 망신을 시키고 모욕을 주면 어떻게 해요?" 한 군의회 의원은 "'완사모'(이완구를 사랑하는 모임) 회원들이 지금 얼굴을 못 들고 다닌다"며 "충청포럼을 통해 (이 총리 청문회 통과를 지원하는) 플래카드도 걸어주고 했는데, 도와준 사람을 그렇게 내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이 총리를 비난했다.
이번 사건을 권력과 돈의 야합을 끊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순천향대 이정규 대외협력팀장은 "두 분 다 모범이 될 만한 큰 인물이자 충청의 자존심이라 생각했는데 이 지경이 됐으니 자라나는 젊은이들에게 어떻게 비치겠느냐"며 "이참에 검은 고리를 확실하게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