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환경 정화 효과" vs "벌떼 습격 불안"

조선일보
  • 주희연 기자
    입력 2015.04.14 03:00 | 수정 2015.04.14 07:09

    [도심 주택가 '벌 키우기']

    도시 양봉은 대부분 취미… 안전에 허점 잇따라
    민원 발생시 해결책도 없어

    지난 10일 오후 2시쯤 서울 신당동 한 골목에서 한바탕 '벌 소동'이 벌어졌다. 3000마리가 넘는 벌떼가 윙 소리를 내며 골목을 휘저은 것이다. 깜짝 놀란 주민들은 119에 신고를 하고, 길거리에 있던 사람들은 주변 건물 안으로 몸을 피했다. 하지만 신고를 받고 도착한 119대원들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돌아갔다. 두 달 전 이 동네로 이사 온 김모(51)씨가 "우리 집 옥상에서 키우는 벌들"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개인적으로 꿀을 만들어 먹기 위해 취미로 양봉하고 있다"며 "벌떼를 이끄는 여왕벌의 날개 일부분을 잘라놨는데 어떻게 날아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근 도시 주택가 곳곳에서 소규모 양봉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꿀벌 키우기를 취미로 삼거나 직접 꿀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양봉에 맛을 들인 일반인도 적지 않다. 도시 양봉에 관련된 카페·블로그가 빠르게 생겨나 양봉 교육까지 겸하는 한 도시 양봉 커뮤니티의 회원은 1000명이 넘는다.

    울산광역시 중구의 한 주택 옥상에서 김모(34)씨가 꿀벌이 가득 붙어 있는 양봉판을 들어 살펴보고 있다. 식당 주인인 김씨는 취미로 도시 양봉을 하고 있다.
    울산광역시 중구의 한 주택 옥상에서 김모(34)씨가 꿀벌이 가득 붙어 있는 양봉판을 들어 살펴보고 있다. 식당 주인인 김씨는 취미로 도시 양봉을 하고 있다. /울산도시양봉협동조합
    도시 양봉이 식물의 수분(受粉·꽃가루 옮기기)을 촉진해 도시 생태계 복원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주장도 '도시 양봉 붐'에 한몫하고 있다. 서울시는 2012년 도시 농업 사업의 하나로 '도심 양봉장'을 운영했다. 서울 중부공원녹지사업소는 최근 도시 양봉 '남산꿀벌지기' 과정 수강생을 모집했다. 국립생태원 황채은 연구원은 "꿀벌이 도시 수목에 화분 매개를 함으로써 도시 환경 정화에 도움을 준다. 실제로 시골보다 건조하고 따뜻한 도시가 꿀벌이 살기 더 좋은 조건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시 양봉장 주변에 사는 주민들은 언제 벌떼의 습격을 받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 단층 주택가에 사는 김모씨는 "옆집에서 양봉하는데 주변은 벌똥 천지고, 마당에 풀어놓은 우리 집 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벌에 쏘인다"고 말했다. 김씨는 "생태계를 복원하는 것도 좋지만 무분별한 도시 양봉으로 인해 오히려 벌이 혐오 곤충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꿀벌 생태전문가 황종현(42)씨는 "도시 양봉이 전문가가 아닌 취미로 하는 사람들에 의해 이뤄지다 보니 안전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도시 양봉 소란이 벌어져도 현재로선 이를 제재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은 없다. 농림축산식품부가 4월 11일을 '도시 농업의 날'로 지정하고 대전광역시는 도심 속 양봉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행사를 개최하는 등 정부·지자체도 도시 양봉을 권장하는 분위기지만, 도시 양봉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나 피해 보상 규정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지난달 옆집에서 양봉하는 바람에 불편을 겪고 있다며 구청과 주민센터·소방서 등에 민원 제기를 했다는 한 시민은 "담당 공무원들은 도시 양봉 규제법이 없으니 살충제를 뿌리거나 개인적으로 소송하라는 답변만 하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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