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나카타니 겐 방위성 장관이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한·일 국방장관 회담이 성사되면 두 나라 간 '군수(軍需) 지원 협정'과 '정보(情報) 보호 협정' 체결을 다시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한다. 군수 협정은 우리 군과 자위대가 해외에서 탄약이나 장비를 상호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고, 정보 협정은 첩보 위성 등이 취합한 군사 정보를 의무적으로 교환토록 하는 내용이다. 일본은 다음 달 국방장관 회담을 갖자고 제안한 상태다.
한국은 2012년 두 협정 체결을 일본 측과 논의하다 군수 협정은 국민 정서상 시기상조라고 보고 중단했다. 정보 협정도 국민에게 알리지 않은 채 국무회의에 비밀 상정하는 편법으로 처리하려다 큰 반발을 불러일으켜 중단했다가 작년에 미국을 포함시키고 법적 규정력이 낮은 한·미·일 3국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방식으로 우회했었다. 일본이 이 두 가지를 다시 추진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미·일은 18년 만에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을 개정키로 하고 이달 말 아베 신조 총리의 미국 방문 때 최종 서명할 예정이다. 일 자위대가 전 세계에서 미군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한반도 해역을 포함한 동북아 지역에서 자위대의 군사적 역할도 새로운 차원에 들어서게 된다. 이와 맞물려 한·일 간 두 협정이 체결되면 미국 중심의 3각 군사 안보 체제도 훨씬 강화하게 된다. 미국이 한·일에 역사 갈등 해소와 군사 협력 강화를 꾸준히 주문해온 것도 중국의 부상을 감안한 이런 대응 체제 구축과 관련이 있다.
국방부는 일측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13일 "논의도 계획도 없다"고 했다. 그러나 미국을 등에 업은 일측의 요구는 점점 거세질 수밖에 없다. 당장 14일 서울에서 한·일 국장급 '안보 대화'가 열리고, 16일에는 미국에서 3국 외교차관 협의가 열린다. 정부는 고(高)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도입 논란 때도 '요청도, 논의도, 결정도 없었다' 같은 얘기만 하다가 매사 끌려다닌다는 비판을 들었다. 이번에는 상황을 미리 알려 국민의 뜻을 모으는 과정을 밟아야 한다. 두 협정이 왜 필요한지 국민을 설득할 자신이 없으면 아예 시작도 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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