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미래]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투명성은 기부의 견인차

조선일보
  • 박란희 더나은미래 편집장
    입력 2015.04.14 03:00

    메일함을 열어보면 하루에도 수많은 보도자료가 와있습니다. 읽어보고 지우는 보도자료들 가운데, 최근 한 자료가 눈에 띄었습니다. 사회복지법인 '아이들과미래'가 올해 15년이 되었는데, 2005년 4억원이던 기부금이 지난해 109억원에 달했다는 내용입니다. 2600%나 늘었습니다. 삼성증권, 신한카드, KB국민은행, 삼성카드, 메르세데스-벤츠 등 파트너 기업이50개나 된다고 합니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기업 기부금을 이렇게 확대해온 비결은 무엇일지 궁금했습니다. 박두준 상임이사는 "투명성을 바탕으로 쌓아온 신뢰"라고 했습니다. 아이들과미래는 실제 비영리기관 최초로 2001년부터 내부감사 외에 외부감사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투명성은 과연 기부금을 끌어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하는가. 아이들과미래 사례를 보면 분명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아직 비영리단체에선 투명성에 관해 갑론을박이 한창입니다. 올해 6월 말이면 자산 5억원 이상, 수입 3억원 이상 공익법인은 모두 결산서류를 공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거의 대부분의 공익법인이 이에 해당됩니다. 이젠 개인 기부금이 가장 많은곳, 사업비를 가장 많이 쓰는 곳 등 기부자들이 원하는 정보들이 쏟아져나오게 됩니다. 물론 첫 해이기 때문에 공시항목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여러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높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껄끄러워하는 분위기도 상당히 높습니다.

    국세청으로부터 공시정보를 받아서 이를 공개하는 역할을 맡은 곳은 한국가이드스타입니다. 미국 가이드스타를 본떠 이를 국내에 도입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박두준 사무총장이 그 뒷얘기를 들려줬습니다.

    "초창기에 근무하던 비영리단체에서 윗분들이 금전적으로 사고를 치는 바람에 단체가 와해됐고, 직원들도 모두 일터를 잃었다. 이후 투명성에 인생을 걸었다. 한국가이드스타가 만들어진 2008년 당시 투명성은 아무도 관심조차 없었다. 송자 이사장은 '우리나라 기업이 이만큼 성장한 건 공시 덕분이다. 공시를 도입할 당시 재벌 오너들이 왜 내 살림살이를 다 보여야 하느냐고 반발했지만, 결국은 이 방향이 옳았다'며 적극 지지해줬다.

    국세청 공무원들이 관심이 없어 애가 탔는데, 송자 이사장의 제자가 국세청의 국장이었고 취지에 공감해줬기에 극적으로 법안이 만들어졌다. 가이드스타가 만들어진 초창기에 협박이 장난 아니었다. 자녀들에게 사회복지법인을 물려줘왔던 일부 법인대표들은 '밤길 조심하라'고 했다. 한번은 대형 모금단체 이사장들의 조찬모임에서 가이드스타의 취지와 내용을 소개했는데,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고(故) 김석산 회장이 뒤따라 나오더니 귓속말로 '집 팔아서라도 반드시 성사시키게'라고 하더라."

    그의 이야기를 듣는데, 지난해 방문했던 미국 최대의 자선단체 평가기관인 '채리티 내비게이터(Charity Navigator)' 켄버거 대표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켄버거 대표는 "10년 동안 비영리단체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았지만, 기부자와 언론의 관심을 받으면서 대표 평가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말했습니다.

    기부시장이 확대되려면, 내 돈을 믿고 맡길 수 있는 단체인지에 대한 정보 공개가 필수적입니다. 박두준 사무총장은 "기부금을 늘리는 게 목적인데, 기대 반 걱정 반"이라고 했습니다. 단체의 빈익빈 부익부가 가속화되지는 않을까, 혹시 기부금에 대한 부정적인 이슈가 언론에 많이 등장해 오히려 기부가 위축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그것입니다. 하지만 이 과정을 거치고 나면, 우리나라 기부시장은 성숙해질 것이 틀림없습니다. 정부와 비영리 공익법인, 기부자, 언론이 모두 따뜻하고 희망적인 시선으로 문제를 잘 풀기 위해 머리를 맞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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