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시부야구 장기회관에서 프로 기사 5명과 컴퓨터 소프트웨어가 맞붙은 결과, 이 시합이 생긴 지 3년 만에 처음으로 인간 팀이 컴퓨터를 꺾고 단체전 승리를 거뒀다.
마이니치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11일 아쿠쓰 지카라 8단과 컴퓨터 소프트웨어 '어웨이크(AWAKE)'가 대결한 '제3회 전왕전(電王戰)' 최종국에서 어웨이크가 대국 시작 49분 만에 돌을 던졌다. 아쿠쓰 8단의 이날 승리로, 인간 팀은 3승2패를 거둬 컴퓨터 팀을 누르게 됐다.
일본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인간 프로 장기 기사와 컴퓨터의 대결이 이뤄지다가 2013년부터 지금 형태의 단체전이 열리게 됐다. 첫 대회 때는 컴퓨터 팀이 인간 팀을 3승1무1패로 꺾었다. 이듬해 2회 대회 때는 컴퓨터가 인간을 3승2패로 꺾었다.
서양 체스의 경우 1997년 러시아 출신 세계 체스 챔피언 개리 카스파로프가 수퍼컴퓨터 '딥 블루'에 패했다. 그러나 일본 장기 팬들 사이에선 "일본 장기는 서양 체스보다 수가 더 복잡해 컴퓨터가 이기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런데도 단체전에서 잇달아 인간이 패하자, 일부 팬은 실망해 "계속 지려면 차라리 시합을 관두라"고 했다.
이에 따라 일본장기연맹은 컴퓨터에 익숙한 젊은 기사 5명을 선발한 뒤, 1~2회 전왕전에 나온 컴퓨터 프로그램들을 구해서 실전처럼 훈련해왔다. 이날 아쿠쓰 8단이 사용한 전법은 과거 컴퓨터가 인간 아마추어 기사들과 대국했을 때, 딱 한 번 아마추어가 승리를 거둔 바로 그 전법이기도 하다. 대국이 끝난 뒤 아쿠쓰 8단은 "가장 이기기 쉬운 전법을 썼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