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The Column] 대학구조개혁法, 이대로는 안 된다

조선일보
  •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입력 2015.04.13 03:20

    인구구조 변화 대처의 관건은 교육의 質과 競爭力 강화인데
    '硏究'는 평가항목서 제외하고 도서관 외면한 채 就業率 치중
    정부 개입은 地方 거점 대학에 한정하고 市場 자율에 맡겨야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지난 7일 국회에서는 '대학 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일명 대학구조개혁법)에 관한 공청회가 열렸다. 교육부가 작년 12월 대학 교육의 경쟁력 제고 및 입학자원 급감에 대비해 발표한 '2015년 대학 구조개혁 평가 기본 계획'을 시행하기 위한 입법 절차다. 현재 열리고 있는 임시국회에서 이 법을 통과시키겠다는 게 정부·여당의 입장이다. 그래야 가을 학기 시작을 전후해 대학 구조개혁 작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교육부는 설명하고 있다.

    이 법의 배경에는 인구구조의 변화로 대학 입학정원을 훨씬 밑도는 고졸자가 배출되는 상황이 깔려 있다. 정부 추계에 따르면 2023년, 그러니까 지금부터 8년 후가 되면 고졸자는 40만명으로 줄어드는데 현재의 대학 입학정원 56만명이 유지된다면 약 16만명의 입학 결손이 생긴다고 한다. 따라서 미리 대학 정원을 줄여 혼란을 막고 대학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도입하는 정책이라는 설명도 뒤따른다.

    인구구조 변화가 입학자원 급감이라는 문제를 만들어 낼 것이라는 교육부의 예측에 토를 달 생각은 없다. 결혼을 기피하고 아이를 낳지 않는 저출산과 기대 수명이 늘어나는 고령화가 결합돼 있고, 거기에 더해 일인 가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등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사회·경제적 여건이 대학의 기본적인 환경으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학 교육의 질 향상, 즉 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이 이 계획에 충분히 마련돼 있는가 하는 쟁점이다. 교육부의 계획에 명시된 평가의 구체적인 항목과 지표를 살펴보면 문제가 심각하다. 평가 기준이 자의적이라는 판단을 떨칠 수 없기 때문이다.

    우선 평가 항목과 지표가 불완전하다. 대학의 역할은 두 가지 기능이 결합돼 있다. 다름 아닌 교육과 연구다. 그러나 평가 항목에는 연구와 관련된 지표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교육 여건, 학사 관리, 학생 지원, 교육 성과로 구분된 항목에서 연구의 질을 평가하는 정량 혹은 정성 지표를 발견할 수 없다.

    21세기 국가 간 무한 경쟁에서 대한민국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연구 성과의 누적을 통한 경쟁력 확보다. 또한 박근혜 정부가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창조경제의 구현을 위해서라도 연구·개발에 관한 평가 지표는 필수 항목이 돼야 한다. 이 사실을 교육부가 모른다면 교육부를 해체하는 것이 낫다.

    다음, 현재 제시된 교육 기능 위주의 평가 항목과 지표의 구성도 불완전하다. 대학 평가를 입체적으로 한다면 대학 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동아리 활동에 대한 지원은 물론이고, 기숙사나 도서관 나아가서 체육관 등 시설이 얼마나 잘 갖추어져 있는가도 평가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상대평가 등의 학사 관리 그리고 취업률 같은 획일적이고 평면적인 접근으로 입체적으로 구성되는 대학 교육의 질을 평가할 수 없다.

    나아가서, 평가 기준을 개선한다고 하더라도 과연 대학 구조개혁을 정부 주도로 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떨칠 수 없다. 대학은 의무교육이 아니다. 다른 말로 하면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이 대학 진학을 결정한다. 선택을 받지 못한 대학은 도태할 수밖에 없다. 벌써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한 만큼 이미 정원은 줄어든 것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정원 감축, 학교 폐쇄, 법인 해산 같은 구조개혁을 인위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는가? 어설픈 기준으로 개입해 특히 정성 평가 결과를 둘러싸고 예상되는 부작용을 정부가 부담할 이유가 있는가? 또한 정부 주도의 구조개혁이 본의 아니게 좋은 대학을 차별하고 나쁜 대학을 지원해 결과적으로 시장 기능을 왜곡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학생의 선택을 전제로 한 대학 교육은 시장 자율에 맡기는 방법이 최선이다. 학생 선택이 없는 의무교육에 오히려 교육부의 관심과 개입 그리고 지원이 집중돼야 한다. 물론 시장 기능에 맡기면 지방 대학이 부실화돼 결국은 수도권 대학과의 서열화가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학이 없는 지역사회가 등장하는 현실이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그렇다면 지역별로 거점 대학을 육성하는 방법이 교육부가 취해야 할 접근이다. 지역 간 균형 발전을 이루기 위한 구조개혁이야말로 교육부가 대학에 개입할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있다.

    지방 사립대학의 어려운 현실이 이 주장을 뒷받침한다. 교수들은 교육보다 졸업생들 취업 알선을 위해 뛰어야 하고, 취업에 도움이 될 강의만을 강요받고 있다. 대학들은 재정난 때문에 교수들에게 기부금까지 종용하고 있다. 지금도 채우기 힘든 입학정원에 검증 안 된 외국인 학생들이 동원되고 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