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도 대여 공세 신중한 이유는?

입력 2015.04.11 11:21

이번 4·29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야권 분열로 전패(全敗) 위기에 놓였던 새정치연합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남긴 메모가 발견됨에 따라 이번 선거의 판세를 바꿀 호재(好材)로 인식하고, 대여(對與) 공세에 나섰다. 새정치연합은 10일 이 사건을 ‘친박 권력형 비리 게이트’로 명명하고, 전병헌 최고위원회를 위원장으로 하는 대책위원회를 구성, 13일부터 시작되는 대정부 질문에서 이 문제를 집중 질의키로 했다.

앞서 김성수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한국 정치사의 최대 부패 스캔들로 기록될 사건”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성역 없는 수사와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승희 최고위원은 “성 전 회장의 유서를 공개하고, 특검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새정치연합은 이번 사건을 대여(對與) 공격의 호재로 인식하면서도 대응에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10일 오후 문재인 대표 주재로 열린 지도부 회의에서도 이번 사건을 ‘헌정 사상 초유의 집단 뇌물 사건’이라고 규정하면서도, 이제까지와는 달리 특검 도입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국정원 선거 개입 의혹 등 정부·여당과 관계된 사건이 터지면 “검찰의 ‘끼워맞추기식’ 수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며 특검 도입을 요구해 왔던 그동안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김성수 대변인은 지도부 회의 뒤 가진 브리핑에서 “지금은 우리가 특검을 요구할 단계는 아니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었다”면서 “아직 언론보도뿐 검찰 확인도 안 됐고, (메모에 거론된) 당사자들은 현재까지 부인하는 상황이어서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검찰에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 도입과 관련해선 “검찰이 진상 규명의 의지나 능력이 없다는 게 드러날 경우 (특검 도입 등) 우리의 요구 수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그건 그 단계 가서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왼쪽)와 우윤근 원내대표가 10일 확대간부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야권 관계자는 “성 전 회장이 ‘마당발’로 통할 만큼 여야를 불문하고 폭넓은 인맥을 형성해온 만큼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있다”며 “자칫 이 사건을 너무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다 자칫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성 전 회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각각 불법 정치자금 제공 혐의와 행담도 개발 비리 혐의로 기소돼 법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지만, 두 차례 모두 사면을 받아 특혜 논란이 일었다. 때문에 정치권에선 이번에 발견된 성 전 회장의 메모엔 친박 핵심 인사들만 기록돼 있지만, 이명박 정부와 노무현 정부 인사를 포함한 여야 인사가 거론된 또다른 리스트가 있는 것이 아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검찰은 물타기를 하기 위해 야당도 어떻게든 끼워넣으려고 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그쪽(새누리당)이 10명, 우리쪽이 1명이면 그쪽 피해가 훨씬 클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수사 결과 성 전 회장이 금품 로비를 한 또 다른 정황이 드러나더라도 그 피해는 정부 여당이 더 클 것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이 사건을 선뜻 이번 재·보선과 연계시키지 못하고 있다.
김 대변인은 “선거와 연계시키는 부분은 대단히 조심스럽다”며 “이번 사건은 선거와 상관없이 헌정 사상 초유의 비리 사건이기 때문에 진상 규명이 우선돼야지 선거 유·불리를 따질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선거 기조와 연계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광주나 서울 관악을처럼 야권 성향이 강한 곳에서는 ‘진실 규명을 위해 우리 당에 힘을 실어달라’는 호소가 먹힐 수 있지만, 거꾸로 전통적 여권 강세지역에서는 오히려 보수층 표가 결집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야당의 이 같은 소극적 대응과 관련, “여당뿐 아니라 야당도 성 전 회장의 로비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 아닌가”라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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