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부 장관은 10일 고고도 미사일방어 체계 '사드'(THAAD)의 주한미군 배치 논란과 관련, "사드는 생산이 진행 중인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사드를) 배치할 곳이 (어디가) 적절한지에 대해 아직까지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카터 장관은 이날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한민구 국방장관과 회담을 한 직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카터 장관은 "배치 시기도 그 생산이 진행되는 상황에 따라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며 "이에 따라 세계 어디와도 (사드 배치 등에 대한) 논의가 아직까지 시작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양국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사드 문제가 이번 회담의 의제가 아니었고 논의되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카터 장관이 아직 사드 배치 문제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고 밝힘에 따라 가까운 시일 내에 한·미 간 사드 배치 공식 협의가 시작될 가능성은 낮아졌다. 미국은 2019년까지 사드 7개 포대를 실전 배치할 계획이고, 주한미군에는 2017년쯤 배치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카터 장관은 한·일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선 "아시아 지역에서 역사 문제가 얼마나 민감한지는 우리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며 "당사국 간에 치유와 화해를 하는 방향으로 해결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 순방 전인 지난 8일자 일본 언론 인터뷰에서 한·미·일 협력의 잠재 이익이 과거의 긴장과 현재의 정치보다 중요하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는 "(한·미·일) 3국군 간 정보공유 협정에 관한 것이었고 과거사에 대해 언급을 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카터 장관은 한 장관과의 회담에서도 "(한·일) 양국 역사를 존중하고 미래를 설계해 나가자"고 밝혔다고 국방부 관계자는 전했다.
이날 회담에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과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에 대한 집중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카터 장관은 특히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에 따라 아·태 지역에 배치될 첨단무기와 관련, "새 스텔스 폭격기를 개발하고 있고 이는 특히 아·태지역에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몇 가지 신형 해군 함정을 순환 배치할 예정이고 F-35 스텔스기, 전자전 및 사이버전 최신 무기체계가 있다"며 "하지만 (이 무기들의 배치는) 아·태지역 동맹국의 긴밀한 협의로 이뤄질 것이고 여기에는 한국과 일본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미국은 괌 기지에서 수시로 B-2 스텔스 폭격기를 한반도 상공에 출동시켜 북 전략목표물 타격을 상정한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오키나와 기지에 배치된 F-22 스텔스 전투기도 여러 차례 한반도에 출동해 임시 배치됐었다.
양국은 또 북한의 핵무기 소형화 기술과 이동식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능력이 상당히 진전됐다고 평가하고 그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한·미 억제전략위원회'(DSC)를 이달 중 출범시키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통합회의체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맞춤형 억제전략 구현 방안을 모색해온 확장억제정책위원회(EDPC)와 미사일대응능력위원회(CMCC)를 통합한 것이다.
카터 장관 일행은 이날 오전엔 청와대로 가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했다. 카터 장관은 "지금 한·미 동맹은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최강의 상태(never been stronger)"라며 "아프가니스탄, 예멘과 달리 한반도 평화가 유지될 수 있는 것은 굳건한 한·미 동맹 덕분"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공고한 한·미 동맹을 통해 북한을 제압하는 '부전승(不戰勝)'이 최상의 전략"이라며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 인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통일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