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성완종 전 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충남 서산의료원에는 친지와 시민, 지역 정·관계 인사 등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서울 삼성의료원에 임시 안치됐던 고인의 시신이 10일 오전 9시 10분 서산의료원으로 운구되자, 대기하던 친지와 지지자 등 30여명은 침통한 표정으로 "좋은 곳으로 가세요"라고 울먹였다. 이어 한 시간쯤 뒤부터 조문이 시작됐다. 성 전 회장의 장남 성승훈씨, 성우종·석종·일종씨 등 성 전 회장의 세 동생이 조문객을 맞았다. 유족들은 침통해하며 극도로 말을 아꼈고, 취재진의 빈소 접근도 통제했다. 조의금도 받지 않았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10일 충남 서산의료원에 마련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정진석 전 국회 사무총장은 전날 밤에 이어 다시 빈소를 찾아와 "고인과는 제가 기자 시절부터 알고 지냈고, 오랜 정치적 동료인데 너무 애석할 따름"이라고 했다. 조문객 중 중앙 정치권 인사는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박대출 대변인, 정병국·홍문표·이명수·김제식·이장우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권선택 대전시장 정도였다. 조문객들은 정치인들의 조문이 뜸한 데 대해 "검찰 후속 수사를 고려해 괜한 오해를 살까 겁내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수군거렸다. 오전에는 이완섭 서산시장, 한상기 태안군수 등 인근 기초자치단체장과 서산시의원, 태안군의원 등 지역 인사들이 조문했다. 박찬우 전 안행부 차관, 이재정 경기교육감도 빈소를 찾았다.

검찰 수사에 대한 불만도 곳곳에서 제기됐다. 성 전 회장의 고향 선배인 박성호 장례위원장은 "춥고 배고픈 아이들을 위해 많은 도움을 준 분인데 어찌 그것도 '1호'로 잡느냐"며 "검찰의 표적 수사"라고 불만을 표했다. 조문을 온 회사원 김모(48·서산시 동문동)씨는 "검찰이 성 전 회장이 남긴 메모 내용을 유족에게도 바로 공개하지 않은 것은 신속히 수사하려는 의지가 약했다가 언론에서 관련 내용이 튀어나오자, 뒤늦게 공개한 듯한 인상을 준다"고 했다.

유족을 위로하고 조문을 마친 유승민 원내대표는 여권 인사들이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거명된 것과 관련, "아직 사실 여부 파악이 안 된 상태이고, 사실 여부가 가려지면 그때 가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겠다"며 말을 아꼈다.

이철수(65) 전 서산시의회 의장은 "어찌 됐든 장학 사업 등 지역사회에 많은 공헌을 해온 분이었다"며 "남에게 해 끼치는 것을 싫어하는 강직한 성품 탓에 이번 수사가 부담이 됐고 극단적 선택까지 한 것 같다"고 했다. 초등학교 5학년 학력이 전부인 성 전 회장은 지난 2000년 세운 '서산장학재단'을 통해 가난한 2만1500여명의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했다.

장례식은 서산장학재단장(葬)으로 13일까지 5일장으로 치러진다. 성 전 회장의 시신은 '어머니 묘소 옆에 모셔달라'는 유지에 따라 13일 서산시 음암면 도당3리 모친 묘소 인근에 안장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