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펼쳐질 벚꽃 축제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워싱턴DC에서는 연일 미·일 관계 강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미국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일본 사사가와 평화재단이 7일 가진 '미·일 관계: 이미지와 현실' 토론회에서도 참석자들은 하나같이 "중국의 부상을 막기 위해서는 미국에 일본은 절대적인 존재"라고 말했다. 또 "일본도 미국과의 견고한 동맹이 있어 위협을 이겨낼 수 있다"며 미·일 관계 발전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제쳐놓은 채 오히려 중국과의 삼각협력을 통해 각국의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토머스 시퍼 전 주일 미국 대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독일이 참여하는 과정을 한·일 관계와 비교하기도 했다. 그는 "NATO가 출범할 때 전범국인 독일의 참여 문제를 놓고 네덜란드가 격렬히 반대했지만, 결국 갈등은 극복됐고, 독일은 나토의 중요한 회원국이 됐다"며 "한국과 일본 모두 미국을 신뢰하는 것처럼 양국도 서로를 믿는 친구가 될 수 있는 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본에 다가서는 미국의 모습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은 일본 방문 때 요미우리신문 서면 인터뷰에서 "한·미·일은 미래를 지향해야 한다"며 "3국 간의 협력이 가져오는 잠재적 이익이 과거의 긴장이나 현재의 정치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일 관계의 역사적 민감성을 인식한다"고는 했지만,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그릇된 인식을 지적하기보다는 북한 핵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한·미·일 공조 복원의 시급성만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카터 장관은 "미국, 일본, 한국이 함께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최선의 대응을 하고, 억지력을 증강하며 지역 안정을 확보할 수 있다"면서 "3국(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가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정책의 핵심 요소로, 일본이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도 했다.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요미우리신문은 "역사 갈등의 책임이 한국과 중국에도 있다는 취지의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정무차관의 2월 발언과 같은 흐름에 있다"면서 "카터 장관이 비판을 각오한 채, 향후 미국의 '재균형 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일·한 관계 현상 타개를 호소했다고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도 전날 일본 언론 인터뷰에서 아베 총리가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일본군 강제 동원 위안부를 '인신매매(human trafficking)의 희생자'로 표현한 것을 "긍정적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인신매매의 주체가 누군지, 무엇을 목적으로 한 것인지가 불분명한데도 위안부 문제에 대한 면죄부를 주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 같은 미국 측의 '일본 편들기'는 일본의 군사비 분담과 경제적 협력관계 강화도 관련이 있다. 카터 장관은 한국과 일본 방문에 앞서 가진 강연에서는 "미국 군사력은 경제력에 기반을 두고 있다"며 "(오바마 정부가 일본 등과 체결하려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통과시키는 것은 또 다른 항공모함을 갖는 것처럼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 방미 기간에 TPP 협상을 타결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아시아 지역의 패권을 유지하고, 경제적 이익을 확대하기 위해 한·미·일 공조가 필수적인데, 과거사 문제로 한치도 진전되지 않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실적 이해관계를 앞세워, 과거보다는 미래 쪽으로 방향을 잡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