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웅(73) 전 안산동산고 교장은 '양자(養子)의 연'을 맺은 탈북자 박영철(33)씨를 처음 만났던 2002년 봄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탈북자 교육기관인 하나원을 갓 나온 스무 살의 영철씨 얼굴에는 한국 사회에 대한 반감(反感)이 가득했다. 당시 영철씨는 고등학교에 입학하려다 4곳에서 잇따라 '퇴짜'를 맞았다. 학교들은 탈북자에 대한 편견 때문인지 "검토해 보겠다"고 한 뒤 답을 주지 않았다. "이곳에서도 나는 이방인이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마지막으로 찾아온 곳이 안산동산고였다.

어머니와 장인·장모가 모두 이북 출신인 유 전 교장은 영철씨를 보는 순간 "이 아이가 나한테 온 것은 하늘의 뜻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배움을 찾아왔는데 출신이 무슨 상관이냐"며 영철씨를 안았다. 스무 살에 고2 로 편입한 영철씨는 "열심히 공부해서 꼭 보답하겠다"고 했다.

영철씨가 고교 생활을 무사히 마친 날 유 전 교장은 선물을 준비했다. 영철씨와 동생 영호씨를 양자로 삼고 싶다고 밝힌 것이다. 유 전 교장의 아내 김춘자(70)씨와 두 아들도 이들을 가족으로 맞는 것을 환영했다. 유 전 교장은 "영철이 형제가 부모도 없고 딱히 의탁할 데도 없는 게 항상 마음에 걸렸다"고 했다.

유 전 교장이 영철씨처럼 양자로 맞은 탈북자는 지금까지 모두 4명이다. 그의 양아들들은 모두 순탄하게 우리 사회에 적응해 생활하고 있다. 영철씨는 대학을 졸업한 뒤 사회복지단체인 우양재단의 사회환원·남북청년팀 과장으로 일하고 있다. 영호(25)씨는 서강대에 재학 중이다. 다른 '탈북자 형제'인 강철(34)·철민(28)씨도 모두 공공기관에 취업해 다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