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생각] '아리랑'의 뜻을 아시나요

조선일보
  • 김홍진 독자서비스센터장
    입력 2015.04.08 03:00

    김홍진 독자서비스센터장
    김홍진 독자서비스센터장
    얼마 전 들어온 독자의 팩스 편지 4장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필자 이종대씨는 민족의 노래 '아리랑'의 뜻이 고개 이름이나 '떠나간 님'이 아니라 '하늘의 주인', 곧 '하느님'이라고 썼다. '아리'는 하늘을 뜻하는 '알'의 변음(變音)이고, '랑(郞)'은 사내·남편 외에도 '주인'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씨는 50년 전 중국 산둥성 일대에서 발굴된 8500년 전 토기에 새겨진 그림 문자를 근거로 들었다. 다섯 봉우리 산 위에 반달 같은 모양이 있고 그 위에 둥근 해가 있는 그림 문자였다. 이씨는 "학계에서는 이 그림이 아사달을 뜻한다고 보지만 사실 아리랑을 뜻한다"며 "직계 자손인 우리가 부끄럽게도 오랜 세월 잊고 살았다"고 했다.

    처음 듣는 이야기여서 이씨를 만나봤다. 70세인 그는 전기제품 회사에 다니던 30년 전부터 우리 역사를 공부했는데 15년 전에 고대 그림 문자를 보고 아리랑의 뜻을 풀게 됐다고 했다. 그는 이런 내용을 담은 책을 내려고 했지만 출판사들이 거절해 작년에 자비로 40권을 찍었다고 했다.

    그의 말을 듣고 인터넷과 자료를 찾아봤다. 아리랑의 어원(語源)에 대해 30종 가까운 설이 있으나 정설은 없었다. 경복궁 중건 때 원납전을 내라는 말에 저항한 민초(民草)들이 '내 귀는 멀었다'며 '아이롱(我耳聾)'이라는 노래를 부른 것이 기원이 됐다는 설, '밝(光)'의 고어인 '아리'와 고개를 뜻하는 '령(嶺)'이 합쳐졌다는 양주동의 '아리령설', 고대 낙랑시대 교통의 관문이었던 자비령의 이름인 '아라'에서 유래했다는 이병도의 '낙랑설' 등이 있다.

    미국인 헐버트는 1896년 최초의 아리랑 악보와 영문 가사를 남기면서 "한국인들에게 아리랑의 뜻을 물었지만 아는 사람이 없었다"고 썼다. 어원을 추적한 첫 연구는 1930년 일제 총독부 기관지에 실린 '조선 민요 아리랑'이었다. '아이롱설'과 나를 버리고 떠난 임이라는 '아리랑(我離娘)설' 등 6가지 설을 들고 있다. 아리랑 연구가 조용호 박사는 이 논문이 "아리랑을 희화화하고 식민 통치를 정당화하려는 의도를 감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2011년 조선족아리랑을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 등록했다. 우리는 2012년 아리랑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록했지만 우리 무형문화재로는 올리지 못하고 있다. 2005년에 국내에 소개된 러시아 학자 추지노브와 유게라심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 민족은 인종학적으로 고대 아리아족에서 갈려 나와 동쪽으로 이동했는데 이 아리아족과 아리랑이 관련이 있다고 한다. '아리아'는 '하느님의 아들', '아리야'는 '신성하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이 주장은 이종대씨의 '하느님설'과 닮았다.

    외국인들이 아리랑을 먼저 연구했고 지금도 세계를 뒤지며 다양한 방법으로 근원을 찾고 있으며 중국은 자기 것으로 만들려 하고 있는데 정작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답답하다. 한반도에서만 찾고 있어서 그동안 여러 연구가 있었어도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정부 차원의 지원은 바라지 않더라도 학자들이 각성해서 과학적 연구로 하루빨리 아리랑의 뜻을 복원해야 한다. 그것이 후손 된 도리다. "잘못 아는 것, 모르는 것을 바로잡지 않으면 이 민족은 영원히 부평초처럼 떠돌 수밖에 없다"는 이씨의 말이 귓가에 쟁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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