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材를 민족 죄인 만든 허망한 단체"

입력 2015.04.06 03:00

[이병주 소설 '남로당' 3권 재출간]
박헌영·박갑동… 실존 인물 등장, 남로당 탄생부터 몰락까지 그려

이병주 사진
이병주
소설가 이병주(1921~1992)의 장편 소설 '남로당'(전 3권)이 기파랑 출판사에서 재출간됐다. 이병주가 남로당 간부를 지낸 박갑동을 주인공으로 삼고 박헌영을 비롯한 실존 인물들을 등장시켜 남로당 탄생에서 몰락까지의 역사를 실화(實話) 소설 형식으로 그린 작품이다. 1985년부터 2년 가까이 월간조선에 연재한 뒤 단행본으로 나왔지만 작가 타계 이후 절판됐다가 이번에 복간된 것.

소설 '남로당'에서 작가는 박갑동의 증언과 남북한 자료를 총동원해 1945년에서 55년에 이르는 남로당 10년사를 재현했다. 작가는 남로당이 해방 정국에서 소련 공산당의 눈치를 본 '좌파 사대주의'에 빠졌다고 봤다. 박헌영이 '위대한 지도자 스탈린 동지는 남한에서 미국이 괴로워하기를 원한다'고 판단해 미군정을 향한 폭력 투쟁에 무모하게 나섰다는 것. 그러나 이승만이 노련한 정치로 민심을 사로잡는 사이 남로당은 폭력 집단으로 몰려 여론의 지지를 잃었다. 박헌영이 북한으로 도피한 뒤 남로당이 제주 4·3사태와 여순반란사건을 일으킨 것도 무리수였다. 더구나 김일성이 북로당 요원을 수시로 보내 남로당을 분열시키려 했다. 이 소설에서 박갑동은 '북로당이 남로당 내부의 적(敵)이지만, 동지들에게 적을 적이라 말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남로당의 빨치산 투쟁을 그린 영화 ‘남부군’의 한 장면
남로당의 빨치산 투쟁을 그린 영화 ‘남부군’의 한 장면.

남로당 지도부에서도 남한의 중도파 정당과 손잡고 총선에서 의석을 확보해 살아남자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박헌영과 강경파들은 빨치산 투쟁을 선택해 고립됐고, 남북한 어느 쪽에서도 설 자리를 잃었다. 이 소설은 박갑동의 체험을 통해 6·25 때 북한 노동당이 남로당을 차별 대우하고 핍박한 사실도 그려냈다. 결국 김일성 정권은 6·25 실패의 책임을 물어 박헌영을 미제(美帝) 스파이로 몰아 처형하고 남로당을 소멸시키고 말았다. 작가는 남로당을 역사의 희생양으로 보는 시선을 거부했다. 그는 생전에 "남로당은 한국의 뛰어난 인재를 모아 민족에 죄를 지은 허망한 단체였다"며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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