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외교 3社, 5년간 갚아야 할 돈 22兆

입력 2015.04.04 03:20

[감사원, 총체적 부실 판정]

116개 사업에 31조 투자, 회수한 금액은 4조6000억… 해외선 투자등급 하향 경고
3社들 "과장된 부분 있다", 親李 "정치 감사원" 반발

김영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3일 감사원에서 해외자원개발 사업 성과 분석 감사에 관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김영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3일 감사원에서 해외자원개발 사업 성과 분석 감사에 관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감사원이 3일 공개한 '해외자원 개발 사업 성과 분석' 감사 자료는 석유·가스·광물자원공사가 2003년부터 진행해 왔던 31조원 규모의 해외자원 개발 사업에 대해 '총제적 부실(不實)'이란 판정을 내렸다.

이는 이완구 국무총리가 지난달 '부패와 전쟁'을 선포하면서 "해외자원 개발과 관련한 배임, 부실 투자 등은 어려운 국가 재정에 막대한 부담을 주고 있다"고 강조한 이유가 됐다고 한다. 감사원은 앞으로 해외 현장 감사를 통해 '부실의 실상'을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2003년 이후 116개 자원 개발 사업에 31조4000억원이 투입됐지만 회수 금액은 4조6000억원에 불과했다. 반면 회복이 어려운 손실 금액은 3조4181억원으로 집계됐다. 석유공사의 캐나다 하베스트사 인수, 쿠르드 유전 탐사 실패 등이 대표적 손실 사례로 거론됐고 가스공사는 캐나다 우미악, 웨스트컷뱅크 사업이, 광물공사는 호주 볼리아 사업 등이 지적됐다.

감사원은 "각 공사에서는 장기적으로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12개 사업(사업비 15조2000억원)에서 경제성을 과다 평가해 1조2000억원이나 비싸게 샀다"면서 "자산 가치를 재평가하니 잠재 부실이 드러나 예상 수익률이 현저히 떨어졌다"고 밝혔다. 또한 이 사업들에 대해 새로 34조3000억원을 투자해야 하는데 세 공사에는 그럴 여력이 없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은 "충분한 투자 재원 없이 단기 차입 위주로 자금을 조달했기 때문에 2008년 이후 이 공사들의 부채 비율이 크게 증가했다"고 했다.

감사원이 밝힌 3개 에너지공기업의 해외투자 현황 그래프
감사원에 따르면, 이 공사들이 올해부터 2019년까지 상환해야 할 부채 규모는 22조6850억원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공사들이 회사채 발행 계획을 세우고 있기는 하지만 만일 해외 신용평가사들의 투자등급 하향 경고가 현실화되면 이자 비용이 급증할 수 있다"며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감사원은 해외자원 개발 사업 감사의 대상 기간을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2003년 이후로 잡았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때의 투자 금액은 31조원 가운데 3조3000억원에 불과했다. 감사원 등 사정기관의 '칼날'이 MB 정권 인사들 쪽으로 향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여권 관계자는 "전 정권에 대한 '표적 사정'이란 불만도 나올 수 있지만 그냥 그대로 내버려두기에는 부실 규모가 너무 크고 악성"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세 공사는 하나같이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국가스공사 관계자는 "감사원 지적 사항을 공식 접수한 게 없어 입장 표명을 하기는 적절치 않다"면서 "다만 언론에 나온 사안 중에는 내용이 다른 부분도 있다"고 밝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IS 점령하에 있는 이라크 서부 아카스 사업에 추가로 3조원을 쏟아부을 계획이라는 내용이란 것이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2014년 6월 IS 사태로 현장 작업 등 모든 개발 작업을 중단한 상태이고, 이에 따라 모든 신규 투자를 동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이날 "일일이 코멘트하지 않겠다"며 "지금 우리도 제대로 내용을 알지 못한다. 현 상황에서 이를 갖고 뭐라고 말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했다.

새누리당의 한 친이(親李)계 의원은 "감사원이 박근혜 정부 초기 (MB 정부의) 4대강 사업을 흠집 내려고 했던 것처럼 또다시 '정치 감사원'이 된 것 같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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