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브레인 스토리] [129] 누구를 위한 튜링 테스트인가?

조선일보
  •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입력 2015.04.02 03:00

    김대식 KAIST 교수 사진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영화 '엑스 마키나(Ex Machina)'를 볼 기회가 있었다. 제목부터 의미심장하다. 고대 그리스 연극에선 올림포스 신들이 위기에 빠진 주인공을 단숨에 구하곤 했다. 이때 신 역할을 맡은 배우는 거대한 크레인에 매달려 무대에 등장했는데, 이런 '막장 드라마' 같은 상황을 로마인들이 비웃으며 "데우스 엑스 마키나(기계로부터 등장하는 신)"이라고 불렀다. 결국 '엑스 마키나'란 '기계로부터…'라는 말일 텐데, 무엇이 기계로부터 만들어진다는 것인가?

    영화 내용은 간단하다.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주인공은 기업 오너이며 천재 과학자인 네이든의 집에서 1주일을 보내게 된다. 네이든이 '튜링 테스트'를 위해 주인공을 초대했던 것이다. 튜링 테스트란 무엇인가? 영국 수학자 엘런 튜링은(Alan Turing)은 1950년 인공지능을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우리는 본질적으로 타인 시선으로 세상을 인식할 수 없다. 단지 사람들의 행동을 기반으로 그들 역시 지능, 감정, 정신을 갖고 있다고 믿어줄 뿐이다. 기계의 행동이 사람과 구별되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다면 그 기계 역시 정신, 감정, 지능을 갖고 있다고 믿어줘야 한다는 가설이다.

    튜링 테스트는 다양한 기술, 철학, 윤리적 문제를 던진다. 테스트를 통과하기 위해 기계는 '기계가 아닌 척' 해야 할 수 있다. 사람보다 더 똑똑해서도, 더 도덕적이어도 안 된다. 미래 기계들은 튜링 테스트를 통과하기 위해 인간을 최대한 완벽하게 속일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말이 된다. 엑스 마키나에 등장하는 '여성' 로봇은 이런 능력을 잘 보여준다. 분명 기계라는 사실을 잘 알지만 주인공은 로봇을 사랑하게 된다.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나 강아지가 우리를 이해하고 사랑한다고 착각하듯(사실 그들은 우리가 주는 사료를 좋아할 뿐이다) 주인공 역시 로봇이 자기를 사랑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영화 메시지는 이거다. 튜링 테스트 대상은 기계가 아니다. 사실 우리 인간을 테스트 하고 있는 것이다. 내 모든 말을 들어주고, 내게 진심으로 관심을 보여주는 듯하는 누군가가 기계라는 사실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