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카봉=민폐봉?'
해외 주요 박물관에서 '셀카봉(Selfie Stick)' 금지가 확산되고 있다. 셀카봉은 휴대전화를 긴 막대기에 연결해 혼자서도 넓은 풍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만든 도구. 지난해 여행객들의 필수 아이템으로 떠올랐지만 박물관에선 '민폐 아이템'으로 등극했다.
시작은 미국. 올 초 워싱턴 DC의 내셔널 갤러리, 뉴욕현대미술관(MoMA) 등이 '셀카봉 금지'를 선언했다. 전시된 예술품을 훼손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의 관람을 방해할 수 있다는 것. 세계 최대 박물관 운영 재단인 스미스소니언 재단은 지난달 "현재 일부 박물관에 적용 중인 셀카봉 금지 조치를 확대해 우리가 운영하는 모든 박물관에 적용하는 방침을 만들고 있다"고 발표했다. 스미스소니언 재단은 자연사박물관, 뉴욕의 메트로폴리탄박물관 등 19개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셀카봉 금지 추세는 유럽과 아시아 박물관으로도 확산 중이다. 프랑스 베르사유궁, 영국 런던의 내셔널갤러리 내부에서도 셀카봉을 사용할 수 없다. 파리 루브르박물관과 퐁피두센터 국립현대미술관도 최근 "셀카봉 금지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다.
이달 초에는 대만의 주요 박물관과 미술관도 금지 대열에 합류했다. 대만 국립고궁박물관과 타이베이(臺北)시립미술관, 타이중(臺中)국립대만미술관, 가오슝(高雄)시립미술관은 '3월 초부터 방문객은 셀카봉을 사용할 수 없다'는 내용의 공식 안내문을 걸었다.
'셀카봉 천국'인 국내에선 어떨까.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은 "공식적으로 휴대를 금지하진 않지만 전시장에서 셀카봉을 꺼내는 관람객이 있으면 개별적으로 제지한다"고 했다. 민병찬 연구기획부장은 "해외 박물관은 주로 작품이 노출 전시돼 있지만 우리 박물관 유물은 이중 유리창으로 보호돼 있어 셀카봉은 물론 망치로 찍어도 깨지지 않는다. 다만 다른 사람의 관람을 방해한다고 판단될 때는 제재한다"고 했다.
국내 대다수 미술관은 셀카봉 휴대를 허용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담당자는 "내부 검토 중이지만 실제로 셀카봉을 쓰는 관람객이 거의 없어 굳이 '금지'를 못박을 필요를 못 느낀다"고 했다. 박민선 삼성미술관 리움 홍보팀장은 "장우산이나 배낭 등 휴대품은 입구에서 맡기고 들어가게 돼있다. 그래선지 셀카봉을 들이대고 찍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셀카봉 금지를 선언한 해외 박물관은 주로 중국 단체 관람객들이 많은 곳이다. 국내 미술관이 외국만큼 관광지화돼 있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