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은 노·사·정(勞·使·政)이 노동시장 구조 개선과 관련해 합의안을 내놓기로 한 시한이다. 이를 이틀 앞둔 29일 노·사·정 대표들은 이날 밤에도 합의문 초안을 놓고 막판 논의를 이어갔다. 노·사·정은 30일 열리는 노사정위 노동시장 구조개선 특위 전체회의에 합의문 초안과 논의 결과를 보고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날 논의에서도 노·사·정은 합의문 초안 내용을 확정 짓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통상임금 범위와 정년 연장 연착륙 대책, 근로시간 단축 문제 등 3대 현안은 논의에 진척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정위의 한 관계자는 "문제는 합의문에 어느 정도 선까지 담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정은 사안별로 각자의 요구 내용을 정리하고 공익위원들의 의견을 참고해 '주고받기 식'으로 합의문을 낼 전망이다.

"3대 현안 논의는 진척"

3대 현안 중 합의에 가장 근접한 것은 통상임금의 범위인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계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대법원 판결에 따르되 '노사가 대등한 경우' 노사 합의로 통상임금의 범위를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노사합의로 통상임금의 범위를 정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정부 요구에 노동계는 "노조가 없거나 약한 회사의 근로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반대해 왔는데 이렇게 조건을 달아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근로시간 단축 논의는 경영계의 "1주에 8시간 추가 연장 근로를 허용해달라"는 요구를 노동계가 조건부로 수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 간 서면 합의를 거쳐 1주 8시간, 1월 24시간, 1년 208시간 등 상한을 정하는 것을 전제로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노동 전문가는 "저성과자 해고 요건 명확화, 취업 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 파견 허용 범위 확대 등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방안과 관련해선 노동계의 반대가 워낙 강해 합의문에 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현안 문제만 해결하는 수준으로 노동시장 구조를 개혁하고 청년 고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전문가는 "노·사·정이 3대 현안과 사회 안전망 확충 정도만 어느 정도 구체적인 합의를 하고 나머지는 다음에 논의하기로 하거나 두루뭉술하게 정리한다면 '그동안 뭐했느냐'는 국민적인 반발에 부닥칠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한국노총 내부 반발"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타협의 키를 쥔 것은 노·사·정이 고심하고 있는 합의문 초안의 내용이 아니라 한국노총 내부의 반발"이라고 했다. 실제로 한국노총 내부적으로 강성인 금속연맹 등이 반발하고 있고 공공연맹은 공공 부문의 정상화 논의가 더 중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동만 위원장 등 집행부가 산하 조직을 돌며 논의 방향을 설명하고 있지만 여전히 강경한 입장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노총의 한 관계자는 "현장은 이미 최저임금을 올리겠다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발언 등으로 기대치가 높아진 상태라 설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산하 조직들의 호응 없이 위원장이 혼자 결단을 내리기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