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초점] 超저금리 시대, 고정 금리로 고정하기

입력 2015.03.30 03:00

안심전환대출 환영하지만 가계 부채 급증 않도록 해야
고정금리 위험 인지도 따라 맞춤형 지원 대책 마련하길
특혜 논쟁 벌이다 때 놓치고 국제 금리 상승 맞아선 안 돼

권구훈 골드만삭스 수석이코노미스트
권구훈 골드만삭스 수석이코노미스트
안심전환대출이 장안의 화제다. 20년 만기 고정 금리가 2%대로 매력적이고 금리 상승 위험을 회피하려는 안전 심리와 맞물려 올해 20조원 한도가 금방 소진된 듯하다. 전환대출 금리가 현 변동 금리보다 상당히 낮은 게 관심을 끌었고, 3월 금리 인하 결정도 촉매가 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요 몇 년간 금리가 많이 떨어져 손실을 본 고정 금리 전환 가계도 많아 대출자들이 저금리만 보고 무턱대고 고정 금리로 갈아타지는 않았을 것이다. 글로벌 금리는 유럽·일본의 양적 완화로 계속 하락할 수도 있고 미국 금리 인상 시기와 속도에도 현재로서는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국이 고령화로 일본식 장기 불황과 1% 이하 초저금리의 함정에 빠진다는 비관론도 팽배하므로 2%대 금리를 20년간 내고 원금도 바로 분할 상환 시작하겠다는 결정은 향후 있을지 모르는 추가 금리 하락의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선택이다. 어떻든 20조원의 전환대출 상품이 금방 팔린 것으로 보면 최근 경제정책 중 가장 호응이 컸다고 할 수 있고 한국 금융계가 선진적이고 경쟁력이 있었다면 정부가 나서기 전에 민간 주도로 먼저 내놓을 만한 대박 상품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전환대출은 가계 재무의 건전성을 적은 비용으로 개선해 주는 효과가 있다. 은행은 3%대 변동 금리 주택담보대출을 더 낮은 고정 금리의 유동화증권과 교환하는 셈이 돼 향후 금리 리스크를 가계 대신 안게 되지만, 경제 전체로 보면 금융 시스템의 총체적 위험 때문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을 절감해 줄 것이다. 저금리로 가계 부채 부담이 줄고 고정 금리와 원금 상환으로 가계 부채 건전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소요 자금은 정부의 높은 신용도와 전 세계에 퍼진 극도의 안전자산 선호 경향에서 비롯된 초저금리로 조달해 재정 부담을 최소화했다. 전환대출 유동화로 생기는 여유 자금이 가계 부채를 다시 늘리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 은행은 일정 기간 유동화증권을 보유하도록 했는데 이는 지급준비율 제도와 같은 건전성 규제로 보면 될 것 같다.

전환대출의 폭발적 인기와 가계 재무 건전성 제고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그 대출 한도를 20조원 확대하기로 한 결정은 일단 환영할 만하다. 향후 미국 금리 급등으로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고 가계 부채의 위기가 올 것이므로 이번 조치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연준 발표를 보면 금리를 예전처럼 가파르게 올릴 것 같지도 않고 또 미국 금리가 상승한다고 해도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한국의 통화 정책에 따라 많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미국이 정책 금리를 9월쯤 올린다고 했을 때 한국은 유가 하락으로 경상수지 흑자가 막대하고 물가 압력이 적어 정책 금리를 바로 따라 올릴 이유는 없을 것이다. 다만 부채가 상환 능력에 비해 늘어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신중론은 깊이 감안해 이번 조치로 가계 부채가 급격히 늘어나는 계기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전환대출 대상이 너무 제한적이라는 견해는 적극 검토해야겠지만 원금 부담 능력이나 고정 금리의 위험성에 대한 이해 정도 및 위험 감수 자세 등에 따라 맞춤형 지원 대책을 별도로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특혜 논쟁으로 비화하는 것을 조심해야 하겠지만 부동산 부양책은 집 있는 사람, 부동산 안정화 정책은 집 없는 사람에 대한 특혜라는 단순 논리에 밀리면 정책은 한 걸음도 못 나갈 것이다.

한국은 소규모 개방 경제로 해외 영향을 피할 수 없다. 글로벌 금융 위기 여파로 국제적으로 초저금리가 지속되고 있으니 이를 잘 활용하면 한국은 가계 부채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한국도 힘들지만 유럽 등 다른 나라는 더 힘드니 국제 금리가 한국 금리보다 낮고 그 때문에 한국도 초저금리의 혜택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누가 혜택을 덜 받고 더 받고 갑론을박하다 때를 놓치고 글로벌 금리 상승기를 준비 없이 맞는 과오를 범하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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