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핑 파문'으로 18개월 선수 자격정지를 받은 박태환(26)이 27일 서울 송파구 잠실관광호텔에서 사과 기자회견을 했다.
박태환은 "이렇게 불미스러운 일로 인사를 드리게 돼 말로 다 할 수 없이 죄송하고 무거운 마음"이라면서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스스로도 용납할 수 없는 일로 물의를 빚은 데 대해 부끄러울 따름이다. 고개 숙여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사과문을 읽어나가던 박태환은 "가까운 분들은 지난 10년간의 모든 영광이 물거품이 되고 모든 노력이 약쟁이…로 치부되는 것에 대해 억울하지 않으냐고 얘기한다"는 대목부터 눈물을 흘렸다.
박태환은 2014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개막을 앞둔 작년 9월 초에 했던 도핑 테스트에서 WADA(세계반도핑기구) 금지약물인 남성 호르몬(테스토스테론) 양성 반응을 보였다. 그는 지난 23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FINA(국제수영연맹) 청문회에 참석 결과, 선수 자격정지 18개월(2014년 9월 3일~2016년 3월 2일)이라는 징계를 받았다.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거둔 은메달 1개와 동메달 5개도 박탈당했다.
박태환은 취재진과 질의응답 시간도 가졌다. 하지만 호르몬 도핑과 관련한 의혹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특히 그는 남성 호르몬제 '네비도' 주사를 맞았던 작년 7월 29일 상황에 대해선 검찰 발표와도 상반된 주장을 했다.
박태환은 "호르몬 수치가 낮다는 부분은 도핑 검사가 나온 이후에 병원을 통해 알았다"면서 "호르몬 수치가 낮아서 (주사를) 놨다는 것도 도핑 테스트 이후 의사 얘기를 듣고 알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달 6일 박태환이 고소한 T병원 김모 원장을 기소하면서 "의사가 건강 검진을 하고 박태환에게 '남성 호르몬을 보완해 주는 것이 좋겠다'고 얘기해서 박태환이 네비도를 맞은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또 "의사는 박태환에게 '주사제 성분이 체내에서 만들어지는 호르몬이라 보완해도 문제없다'고 설명했다", "박태환은 테스토스테론이나 네비도가 문제가 된다는 구체적인 지식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태환이 남성 호르몬을 맞은 횟수도 명확하지 않다. T병원 김 원장은 "2013년 10월 말에 박태환의 혈액 검사를 한 결과 호르몬 수치가 낮아 2013년 12월에 호르몬제를 투여했고, 2014년 7월에 네비도를 주사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박태환은 "2013년 12월에 호르몬 주사를 맞은 적이 없다"면서 "병원에는 피부 관리 때문에 갔고, 작년 7월 29일 비타민 처방을 얘기할 때도 의사는 호르몬이라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태환의 주장대로라면 그는 혈액 검사 결과가 나온 다음에도 남성 호르몬 수치가 낮다는 사실을 몰랐고, 검사 후 9개월쯤 뒤에 본인도 모르는 상태에서 네비도 주사를 맞았다는 뜻이 된다.
박태환이 처방받은 비타민·미네랄·글루타티온(항산화물질) 등은 정맥에, 네비도는 엉덩이 근육에 주사로 맞는다. 투여 방법이 다르다. T병원 측은 '네비도를 맞으면 상당한 통증이 있다'는 내용을 박태환을 비롯한 회원들에게 알려준다고 밝힌 바 있다.
박태환의 말과 검찰 수사 결과가 다른 점에 대해 기자회견에 동석한 우상윤 변호사(법무법인 지평)는 "병원과의 형사재판 결과가 나온 뒤에 더 자세한 말씀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박태환은 '내년 리우 올림픽 출전 기회가 온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엔 "어떠한 힘든 훈련이라도 속죄하는 마음으로 견뎌낼 수 있겠지만, 많은 분이 실망한 만큼 지금은 반성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먼저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