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주민들에게 가장 절박한 문제는 하루빨리 남쪽 사회에 뿌리를 내리는 일이다. 이들의 조기 정착을 돕기 위해 통일부가 운영하고 있는 곳이 '북한 이탈 주민 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이다. 국내에 들어온 탈북자들은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서 3개월간 자격 심사를 받은 뒤 하나원으로 가서 3개월간 대한민국 국민으로 다시 태어나는 교육을 받는다.
그러나 24일 보도된 조선일보 연중기획 '통일이 미래다' 기사에 따르면 상당수 탈북자가 하나원 교육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탈북자들은 "하나원에서 3개월 배운 것보다 사회에서 일주일 배운 게 더 많았다" "(하나원 교육을 받으면서) 2~3개월만 일하면 북한 가족을 다 데려와 잘살 수 있다는 '코리안 드림'에 빠졌던 탈북자들이 밖에 나오면 현실의 벽을 체감하고 좌절에 빠진다"고 전했다. 하나원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가장 큰 문제는 하나원의 교육 방식과 강사진 구성이다. 탈북 주민들은 하나원에서 정서 안정, 남한 사회 이해 증진, 직업 탐색, 언어 교육 등 90여개 과목을 수강하고 있다. 이 중에는 혼자서 자장면 사먹기, 시장에서 물건 사기처럼 실용적인 내용도 들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교육이 교재를 통한 책상머리 수업이고 현장 학습이나 직업 교육은 '맛보기' 수준에 그치고 있다. 수백 명이 한꺼번에 강의를 들으니 수업 분위기도 산만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90여명 강사 가운데 북한 말이나 문화에 밝은 탈북자 출신은 6명뿐이다. 이렇다 보니 탈북자의 심정에서 탈북자에게 가장 절실한 대한민국 정착 교육이 무엇인지를 헤아리지 않는 일방적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하나원이 만들어진 지 벌써 16년째다. 이렇게 상당한 기간이 흘렀는데도 수요자인 탈북자들로부터 낙제점을 받고 있다면 하나원 운영 시스템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정부는 탈북 주민 정착 교육의 성패에 따라 통일의 미래가 달려있다는 인식을 갖고 하나원 교육 과정과 내용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 탈북자 사회와 전문가들은 오래전부터 "남한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탈북자들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통일 전 서독 정부는 재정 지원만 맡고 지자체와 복지·종교단체, 실향민(동독 출신 주민) 단체에 탈(脫)동독 주민들의 정착 프로그램을 맡겼다. 우리도 이북 5도민 단체나 북한 지원 NGO 등과 연계한 탈북자 홈스테이 제도 등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관(官)이 아닌 탈북자 입장에서 그들의 한국 사회 정착을 도우려고 한다면 어렵지 않게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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