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이 최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3월 26일 천안함이 폭침당하기 직전 기상청 웹사이트 접속자 수가 비정상적으로 급증〈그래픽〉했다. 2월에 하루 평균 24만명이 접속하던 웹사이트에 30만~40만명이 몰리기 시작한 것이다. 특이한 건 증가분에 해당하는 접속자들의 인터넷 주소(IP)가 대부분 중남미·아프리카란 점이었다. 증가세를 보이던 접속자 수는 22일 정점(62만3362명)을 찍었다. 백령도 앞바다에서 1200t급 해군 초계함인 천안함이 침몰했다는 소식이 들려온 건 나흘 뒤였다. 그해 3월 한 달 동안 1137만3000명이 기상청 웹사이트에 접속했다. 전달에 비해 68%가 늘었고 역대 3월 접속자 기록 중 최대였다.
전직 정보 당국자는 "아프리카에서 한국 날씨를 궁금해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며 "북 정찰총국 요원들이 시시각각 변하는 백령도 일대의 조류를 파악해 폭침의 디데이(D-day)를 정하기 위해 제3국 IP를 경유하는 수법으로 기상청 웹사이트에 접근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기상청 웹사이트엔 잠수함 운항에 활용할 수 있는 정보가 풍부하다. 웹사이트에서 '바다 날씨'를 클릭하면 동·서·남해 각 해역의 각종 기상 정보가 표시되고, '조류 예보'를 클릭하면 국립해양조사원 사이트로 연결돼 원하는 해역의 시간대별 유속·유향(流向) 정보까지 손에 넣을 수 있다.
군 당국은 천안함을 공격한 연어급 잠수정이 황해남도 비파곶 기지를 출항한 뒤 우리 군의 감시망에서 사라진 시점을 24일로 보고 있다. 이후 40만건 내외를 유지하던 접속자 수는 천안함 폭침 이튿날인 27일부터 급감했다. 이는 북이 치밀한 폭침 계획을 세운 뒤 '조류 정보 수집 개시(3월 초)→디데이 확정(22일)→잠수정 출항(24일)→천안함 폭침(26일)→조류 정보 수집 종료(27일)→잠수정 귀항(30일)'의 순서로 도발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입력 2015.03.24. 03:00업데이트 2015.03.24.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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