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식 교육에 익숙한 탈북 학생들에게 한국의 정규 교육과정은 따라가기 벅차다고 한다. 이 때문에 최근 많은 탈북 학생이 숙식을 함께하며 맞춤 교육을 해주는 '탈북자 대안학교'를 찾고 있다. 특히 한국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연고가 없는 학생들이 이 기숙형 학교를 주로 이용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대안학교에 다니는 탈북 학생은 283명으로 파악됐다.
서울의 명문 사립대에 재학 중인 정경미(21·가명)씨는 "대안학교에서 체험 위주 공부를 하면서 남한 사회에 조금씩 적응할 수 있었다"며 "일반 학교는 교과서를 줄줄 읽고 말지만, 대안학교에선 모든 것을 경험을 통해 천천히 배울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대안학교가 오히려 남한 적응을 늦추거나 학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는 지적이 많다. 탈북자 전모씨는 "초등학생부터 고교생까지 모두 모여 단체 생활을 하고 함께 공부하다 보니 학년·수준별 수업을 받는 게 굉장히 어렵다"고 했다. 또 "선생님들의 실력도 그리 뛰어나지 않아 학업상 실질적으로 도움된 것이 별로 없었다"고 했다.
서울의 명문 사립대에 재학 중인 박호준(20·가명)씨는 "대안학교는 대부분 검정고시 합격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대학에 입학한 후 강의를 따라가기 어렵다"며 "리포트 하나 제대로 쓰지 못해 대학을 그만두는 경우도 봤다"고 말했다.
교육부 인가를 받지 못한 대안학교가 많은 점도 문제다. 탈북자 이모씨는 "정부에서 정규 학교로 허가받은 한겨레학교나 여명학교는 괜찮지만, 인가받지 못한 대안학교들은 탈북자 선생님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형편"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에서 성장해야 할 이들이 탈북 선생님의 북한 사투리와 북한식 교육 속에서 성장하면, 탈북자도 한국인도 아닌 제3의 사회 부적응자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했다. 한 탈북 전문가는 "취직을 못 한 일부 탈북자가 무인가 대안학교를 설립·운영하면서 각종 지원을 받고 있다"며 "아이들을 이용해 '앵벌이를 한다'는 비난을 받는 곳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