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원에선 컴퓨터로 한글 타자나 문서 작성법을 가르쳐 준다. 하지만 보안 문제 등을 이유로 인터넷 사용은 대부분 제한돼 있다. 그래서 정보 검색이나 이메일 사용 방법을 모르고 졸업하는 탈북자가 많다. 김씨는 "하나원이란 단절된 공간에 있다 보니 강의 이외에 직접 체험하기가 힘들다"며 "직업 교육도 맛보기 수준이고 현장 학습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했다.

하나원 교육이 탈북자들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키우기보단 수동적인 사고방식을 주입한다는 불만도 있다. 탈북자 최모(43)씨는 "역동적인 한국 사회에서 자립심과 창의성이 없으면 살아남기 힘든데 하나원에서는 주입식 커리큘럼을 잘 따라가는 수동적인 사람을 모범생으로 평가한다"며 "하나원 모범생이 사회에 제대로 정착하는 경우보다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았던 사람들이 성공하는 케이스가 많다"고 말했다. 하나원 졸업 후 2년간 제대로 된 직장을 찾지 못했다는 이세훈씨는 "진로 교육이 현실성 있게 이뤄졌다면 방황하는 기간이 많이 줄었을 것"이라고 했다.

탈북자들은 연령대와 출신 지역, 교육 수준, 중국 체류 기간, 개개인의 경험이 모두 다르다. 하지만 하나원 안에선 하나의 강의실에서 수백명이 함께 수업을 듣는다. 김광혁씨는 "수준과 연령대가 완전히 다른 다양한 계층의 사람을 한 방에서 생활하게 하고 같은 교육을 받게 하는 건 효율성이 너무 떨어진다"고 했다. 전직 하나원 직원은 "탈북자들끼리 크고 작은 갈등이 수시로 일어난다"며 "다만 싸우면 벌점을 받고 정착금이 삭감되기 때문에 숨길 뿐"이라고 했다.

3개월인 하나원 교육 기간이 너무 길다는 불만도 나온다. 채은경(여·50)씨는 "브로커 비용과 가족 걱정 때문에 심리적으로 불안해진 탈북자들에겐 3개월간 교육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며 "교육 기간이 너무 지루해서 일부러 정신 치료제를 먹고 조기 퇴소한 사람도 있다"고 했다.

탈북자들은 하나원 졸업 후 자신이 사는 지역의 하나센터에서 사회 정착 교육을 다시 받을 수 있다. 하나센터는 전국에 30곳이 있다. 이 때문에 굳이 하나원 교육 기간을 3개월씩 길게 잡을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하나센터에선 주민등록, 임대아파트 계약, 휴대폰 개통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것부터 지역 의료기관·금융기관 이용 방법, 결혼·이혼 등 가족법 교육, 개인별 진학·진로·취업 상담 및 구직 등록까지 다양한 것들을 교육해 준다.

탈북자들은 "하나센터 교육이 하나원과 달리 편안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여서 시간이 짧아도 생활에 더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탈북자들은 하나원 공무원들의 태도도 하나원 생활을 힘들게 한다고 했다. 채은경씨는 "하나원 공무원들의 모습에서 진지함을 느끼기 쉽지 않다"며 "교육 시간에는 궁금한 점을 물어보라고 하지만 막상 찾아가면 교육 시간이 지났다며 넘기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하나원 커리큘럼을 교육 전문가가 아닌 공무원들이 정하기 때문에 부족한 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외부 자문을 적극 구하고 사회에 나간 탈북자들의 의견을 많이 수렴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