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미래] 비영리단체도 정보통신기술 알아야 한다

입력 2015.03.24 03:00 | 수정 2015.03.24 16:42

푸르른지역아동센터, 페이스북 활용… 연간 후원금 1300만원까지 늘어나
소셜미디어로 소통 창구 넓히면 대중에 더 큰 파급효과 미칠 것

'콘텐츠, 데이터, 리더십.'

이 3가지는 지난 4일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2015 비영리 기술 콘퍼런스(Nonprofit Technology Conference·NTC)'의 큰 화두였다. 올해 14년째인 이 행사에는 전 세계 비영리 관계자 2000여명이 2박 3일 동안 참여했다. 콘퍼런스에 참여한 방대욱 다음세대재단 대표는 "작년에는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새로운 플랫폼이 화두였는데, 올해는 플랫폼이 아무리 좋아도 콘텐츠가 나쁘면 안 된다는 공감대 속에 어떤 콘텐츠를 생산하고 대상 층을 누구로 할지 등이 큰 주제였다"고 했다. 둘째 주제는 구글이나 페이스북을 이용한 빅데이터 분석 틀을 어떻게 활용하고, 이를 시각화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진 요소는 바로 '리더십'이었다.

비영리단체 정보통신기술
"아무리 좋은 IT 플랫폼이 생겨도 비영리 조직 리더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소용없습니다. 다음세대재단에서 지난해 국내 비영리 조직의 디지털 미디어 활용을 조사해보니, 뉴미디어를 잘 쓰려면 리더의 적극성과 혁신적인 조직 문화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거든요. 이는 전 세계 비영리단체가 모두 비슷한가 봐요. '어떻게 리더를 설득할 것인가' '조직원들이 IT 플랫폼을 함께 쓰기 위한 동기 부여를 어떻게 할 것인가' 등 리더십 섹션이 무척 커졌어요."

방대욱 대표는 "해외 비영리 단체 중엔 최고기술책임자(CTO)나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를 두고 있는 곳도 많고, 비영리단체가 IT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중간 지원 조직도 상당히 많다"며 "'비영리단체에서 기술을 요긴하게 잘 활용한다면 더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데 대한 공감대와 생태계가 구축되어 있다"고 했다.

◇세상은 변하는데 요지부동 비영리단체… 이유는 '조직 문화'

한국은 어떨까. 지난해 말, 다음세대재단이 550개 비영리단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우리나라 비영리 단체의 디지털 미디어 활용 실태조사'에 의하면, 대부분 단체들이 SNS와 같은 소통 미디어를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0% 이상이 홈페이지나 블로그를 갖고 있는 데 반해, 소셜미디어는 45.8%에 불과했다. 조직원끼리 문서나 사진을 공유하거나 협업할 수 있는 '공유·협업 미디어' 활용도는 20%대였다. 많은 비영리 단체에서는 그 이유에 대해 '재원과 인력이 부족해서'(5점 만점 중 3.35점), '활용법을 배울 여력이 없어서'(3.14점) 등이라고 답했다.

과연 그럴까. 전문가들은 '경직된 조직 문화'가 새로운 IT를 받아들이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된다고 설명한다. 연구를 진행한 주은수 울산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상명하달의 관료주의 조직일수록 전통적인 미디어를 선호하고 많이 쓰는 반면, 리더가 적극적인 조직일수록 활용도가 높았다"고 했다.

이광진 전국지역아동협의회(이하 전지협) 국장은 "2011 네이버 해피빈과 협력해 네이버 플랫폼을 이용해 8주동안 전국 지역아동센터 곳곳의 좋은 이야기가 소개될 수 있도록 하자고 이야기됐는데 조직 내 어른들은 '온라인 플랫폼'의 중요성을 잘 모르시다보니 설득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이후 컨텐츠가 소개되면서 모금액이 늘어나니 '온라인의 힘'을 이해하시기 시작하셨다"고 했다.

◇페이스북 통해 한 해 100명 정기 후원자 확보

개별 미디어 계정의 보유율
전문가들은 "비영리단체와 IT가 만나면 훨씬 더 큰 사회적 임팩트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소통 미디어가 등장하면서 규모가 작고 영세한 조직에서도 사회와 직접 소통할 '창구'가 생긴 셈이기 때문. 미국 워싱턴주에서 시작된 작은 캠페인이 SNS를 타고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간 '아이스버킷 챌린지' 역시 비영리단체와 새로운 소통 기술이 이뤄낸 시너지의 대표적인 예다. 외부 소통뿐만이 아니다. 내부 업무 과정에도 기술이 쓰일 여지는 곳곳에 있다. 클라우드 방식의 '구글독스(Google Docs)'나 드롭박스 등은 업무 효율을 높이는 데 요긴한 '툴'이다.

경북 경주시 동천동 '푸르른지역아동센터'는 SNS 덕분에 전국구 스타가 됐다. 2007년 작은 공부방에서 시작된 이곳은 지난 한 해 100명 이상 정기 후원자가 생겼다. 연간 100만원이던 후원금이 1300만원을 훌쩍 넘겼다. '페이스북' 덕분이다.

"지난해 초 센터 아이들 중 신청자를 모아 '드림아이'라는 밴드를 결성했어요. 아이들에게 어떤 걸 해보면 좋겠느냐고 했더니 밴드 공연을 다큐멘터리로도 찍어보면 좋겠대요. 영상 장비를 구비하려고 보니 500만원 정도가 필요하겠더라고요. 기업이나 모금회에 500만원짜리 제안서 쓰는 대신, SNS를 이용해보자 생각했죠."

송경호 푸르른지역아동센터 센터장은 지인을 통해 '힘내요(http://himneyo.com/라는 펀딩 플랫폼을 소개받았다. 페이스북 페이지에 사연을 올리면, 사람들이 '좋아요'를 누를 때마다 원하는 만큼 기부금이 적립된다. 50일 내에 500만원 모으기, 어림잡아 4000~5000명은 '좋아요'를 눌러줘야 가능했다. 당시 송 센터장의 페이스북 친구는 고작 40명. 세월호로 모금이 중단된 후 마감 5일을 남겨놓고 안산고 아이들이 '좋아요'를 눌러주면서, 3일 만에 2500명이 다 찼다고 한다. 총 3910명의 '좋아요' 클릭. 목표 금액을 달성했지만 푸르른지역아동센터가 얻은 건 500만원, 그 이상이었다.

"1년 만에 페이스북 친구가 1000명을 훌쩍 넘었어요. 공연을 한다고 하면 여기저기서 포스터 같은 걸 만들어서 보내주세요. 이번 봄방학 때 애들이랑 서울 나들이를 갔는데, 숙박 시설도 제공해주시고 이탈리아 셰프 '페친'은 본인 레스토랑에 초대해서 점심 식사를 대접해 주시기도 했어요. 애들이 이젠 '우리 주변엔 참 좋은 사람들만 있는 것 같다'고 해요. 기적이죠."

송 센터장은 "결국 SNS라는 플랫폼을 통해 원래의 '가치'와 '진정성'을 어떻게 잘 전달할 것인가의 문제"라며 "이제는 플랫폼을 확대해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꿈을 이뤄가는 과정을 담아내려는 고민을 하고 있다"고 했다.

방대욱 대표는 "인터넷이나 이메일, 스마트폰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어려웠지만 점차 평평해지고, 익숙해지고 나면 '그 기술이 없는 삶'을 다시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우리 삶에 도움을 준다"면서 "기술이라는 도구에, 비영리 단체의 가치를 더한다면 여러 비영리 단체가 '그들만의 리그'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더 큰 임팩트를 만들어내리라 확신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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