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洪 무상급식 담판… "벽에 말하는 줄 알았다"

입력 2015.03.19 03:00 | 수정 2015.03.19 09:16

[30여분 회동서 의견差만 확인]

洪 "의회서 정한 예산 집행"… 文 "道의회 뒤에 숨지 말라"
文 "북유럽, 30년대 무상급식"… 洪 "거긴 소득 절반이 세금"
野 "文, 洪지사만 띄워줬다" "경남 끌어안기 긍정적" 갈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홍준표 경남지사가 18일 경남도의 무상 급식 예산 지원 중단 문제를 놓고 마주 앉았다. 그러나 30여분간의 회동을 마친 뒤 서로 "벽에다 대고 얘기하는 줄 알았다"고 할 정도로 확연한 의견 차이만 확인했다.

문 대표는 이날 오전 11시 경남 창원 경남도청 도지사 사무실로 홍 지사를 찾았다. 웃으며 악수는 나눴지만 자리에 앉자마자 설전이 시작됐다. 문 대표는 "홍 지사의 소신과 상관없이 아이들은 어디에 살든 급식에서 차별받아선 안 된다"며 "어른들 정치 때문에 경남 아이들만 급식을 받지 못한다면 부당한 일"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또 "무상 급식은 의무교육에 따라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라며 "의무 급식이란 표현을 쓰기도 한다"고 했다.

video_0
문재인(왼쪽)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홍준표 경남지사가 18일 경남 창원시 경남도청에서 만나 경남도의 무상 급식 중단 문제를 놓고 대화를 나눴다.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문 대표가 자리에서 일어나고, 홍 지사는 “대안을 갖고 오시라”고 말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이에 홍 지사는 "무상 급식 중단이 아니라 선별적 무상 급식으로 전환한 것"이라며 "정말 힘든 계층 아이들의 급식은 정부에서 해결하고, 우리 예산은 서민 자제들 공부에 지원하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문 대표가 "우리가 물로 배를 채우던 시절을 겪고 살아왔는데 애들 밥은 좀 먹이면서 정치를 하라"고 하자 홍 지사는 "대표가 감정적으로 접근한다. 공부하러 학교 가는 것이지 밥 먹으러 학교 가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라고 응수했다. 문 대표와 홍 지사는 대화 중 수차례 상대방의 말을 끊고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등 날 선 공방을 벌였다.

문 대표가 "스웨덴이나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는 우리보다 훨씬 가난했던 1930~1940년대 무상 급식을 시작했다"며 "예산이 확정됐으니 해법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면 일어서서 가겠다"고 하자 홍 지사는 "북유럽은 공산주의 체제의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보장 체제를 사회주의 방식으로 바꾼 것"이라고 했다. 또 "북유럽 국가의 담세율(擔稅率)은 50%로 국민이 소득의 절반을 국가에 내놓으면 국가가 애도 키워주고 밥도 먹여주고, 의료도 해주고 대신 살림을 살아주는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빈부 격차가 심하고 담세율이 20%밖에 되지 않는데 이런 체제에서 북유럽 사회보장 체제는 맞지 않다"고도 했다. 홍 지사는 이어 "미국은 급식 체계가 무상 급식, 할인 급식, 유상 급식 등 3단계가 있고, 일본은 1.7%만 무상 급식을 하고 98.3%는 유상 급식을 한다"며 "헌법재판소 판례를 보면 급식은 의무교육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표와 홍준표 지사의 무상급식 논쟁 정리 표
이에 대해 문 대표는 "우리가 좀 더 노력하면 아이들 급식뿐 아니라 교복까지도 무상으로 제공할 수가 있다"며 "의무교육의 범위는 국가 형편에 따라 점점 넓어져 가는 것이다. 과거에 안 했다고 해서 지금도 안 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했다. 문 대표가 "지금이라도 경남도 교육감을 만나 서로 대화를 나누라"고 하자 홍 지사는 "지난해 12월 5일 경남도의회에서 예산이 확정됐다"며 맞섰다.

이야기가 계속 공전되자 문 대표는 홍 지사에게 "도의회 뒤에 숨지 말라"며 일어섰다. 홍 지사는 "여기 오실 거면 대안(代案)을 가지고 오셨어야죠"라고 했다. 이들은 회담을 마치고 도청을 떠나면서도 문 대표가 "잘못된 길을 가신다"고 하자 홍 지사가 "나중에 판단할 일"이라고 답하는 등 설전을 계속했다.

두 사람의 회동에 대해 홍 지사 측은 "할 말 다했다"며 어둡지 않은 분위기였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에선 "강력한 대선 주자인 문 대표가 '체급이 다른' 홍 지사를 경남까지 찾아가 만나고, 결국 홍 지사만 띄워 준 것 같다"는 반응이 많았다. 반면 "문 대표의 행보로 야당이 새누리당 '텃밭'인 경남 주민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끌어안아서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반론도 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