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G7(주요 7개국) 국가로는 처음으로 중국이 주도하는 국제기구인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프랑스와 호주도 전향적으로 가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이유로 서방 국가들의 AIIB 참여를 반대하고 있지만, 영국·프랑스·호주 등 주요 서방 국가들이 미국 눈치를 보지 않고 중국에 다가서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동맹국 영국에 대해 비판하는 일이 거의 없던 백악관이 영국의 AIIB 참여에 대해선 '영국이 중국을 끊임없이 돕고 있다'고 이례적으로 비판했다"고 전했다.

방일(訪日) 중인 로랑 파비위스 프랑스 외무장관은 14일 도쿄에서 가진 기자회견 중 AIIB 가입 여부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어떤 형식으로 (AIIB에) 가입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비위스 장관은 이어 "AIIB가 (성격이 비슷한) 아시아개발은행(ADB)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파비위스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AIIB가 미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최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ADB의 활동을 가로막지 않을 것이라는 뜻으로서, 미국·일본보다 중국에 우호적인 발언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날 조 호키 호주 재무장관도 "그동안 (중국에) 요구해온 AIIB 지배 구조 문제가 분명하게 개선됐다"며 전향적인 입장을 표시했고, 토니 애벗 호주 총리는 "몇 주 이내로 AIIB에 참가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영국이 AIIB 참여를 공식화한 지 하루 만에 프랑스와 호주가 AIIB에 동참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것이다. 서방 국가 중에서는 지난 1월 뉴질랜드가 처음으로 AIIB 참가 의사를 밝혔으며, 룩셈부르크가 조만간 합류 의사를 표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유럽 언론에서 나오고 있다.

서방 국가들이 연달아 AIIB에 합류하면 '국제기구는 미국이 주도한다'는 공식이 깨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토머스 라이트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국장은 홈페이지에 "중국이 주도하는 국제기구들이 미국 주도의 세계은행(WB), 국제통화기금(IMF), ADB와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ADB를 주도하는 일본은 AIIB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거듭 밝히고 있다.

☞AIIB(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아시아 개발도상국에 사회기반시설을 지어주자며 2013년 설립을 제안했다. 작년 11월 베이징에서 인도·싱가포르·카타르 등 21개국 대표들이 모여 자본금 500억달러(약 56조원) 규모로 설립을 공식 선언했다. 올해 말 출범이 목표다. 미국·일본이 주도하는 세계은행(WB)이나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기존 개발기구에 맞설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