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學… 중후하게 느낄까, 경쾌하게 걸을까

입력 2015.03.16 03:00

-강연록 나란히 낸 유종호·김영하
유 "문학, 행복을 주는 언어 예술"
김 "운동 하듯 감성도 훈련 필요"

우리 시대에 문학은 왜 존재해야 하는가. 원로 문학평론가 유종호 대한민국 예술원 회장과 2000년대 소설가 김영하가 그 질문에 대답하는 강연록을 나란히 펴냈다. 유종호 회장은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강연한 내용을 묶어 '문학은 끝나는가'(세창출판사)를 냈고, 김영하는 TV와 인터넷으로도 전파된 강연을 모아 '말하다'(문학동네)를 내놓았다. 유종호 회장의 강연록이 중후한 인문학 향연이라면, 김영하의 강연록은 경쾌한 인문학 산책처럼 읽힌다.

문학평론가 유종호(왼쪽), 소설가 김영하.
문학평론가 유종호(왼쪽), 소설가 김영하.
유종호 회장은 문학을 '행복 체험'이라고 불렀다. 그는 "문학이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거나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행복 체험을 주는 언어 예술"이라며 "문학은 언어 예술이기 때문에 다른 예술에 비해 성찰적, 비판적 기능이 강하다"고 강조했다. "문학을 통해 얻게 되는 삶의 지혜가 우리의 욕망이나 충동을 조정해서 우리의 행복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학적 상상력은 의표를 찌르는 구체성과 설득력으로 해서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고 현실을 재발견하게 한다"고 풀이하기도 했다.

김영하는 문학과 예술을 '감성 근육'이라고 불렀다. "육체 운동을 통해 근육을 키우듯이, 소설을 즐기기 위해서는 감성 연습과 훈련이 필요하다. 영화나 미술도 그렇다. 소설을 진지하게 읽고 영화의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허세를 부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높은 수준의 즐거움을 지속적으로 향유하기 위해서다."

유종호 회장은 '문학의 평등주의'를 비판했다. 대중 문학의 위상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본격 문학과 비교할 때 '문체, 세계를 보는 눈, 시학(詩學)'에서 차이가 난다는 것. 소설에 영화 기법이 활용되는 것도 보조 역할에 그친다고 평가한다. 소설은 영화와 같은 모티브를 다루더라도 더 깊이 있는 생각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김영하는 문학과 영화의 차이를 '서사의 경제성'으로 요약했다. 영화가 '군더더기 없는 이야기의 경제성'을 추구한다면, 소설은 '불필요한 것들, 우회와 잉여가 야기하는 효과'를 여전히 이야기에 집어넣는다는 것이다.

김영하의 애독자층은 주로 비정규직, 아르바이트생, 취업준비생들이다. 김영하는 "그들이 힘 들게 일해서 번 돈으로 책을 사서 읽는 것은 자기 안에 남아 있는 인간다움과 존엄을 지키기 위한 일"이라고 전했다. 그는 "현실을 비관적으로 직시하되, 그 안에서 최대한의 의미, 최대한의 즐거움을 추구하자"고 제안했다. 문학은 그런 '비관적 현실주의'를 견디게 하는 '건강한 개인주의'의 밑바탕이라는 것. "요즘과 같은 저성장 시대에는 모두가 힘을 합쳐 한 길로 나아가는 것보다 다양한 취향을 가진 개인들이 나름대로 최대한의 기쁨과 즐거움을 추구하면서 타인을 존중하는 것, 그런 개인들이 작은 네트워크를 많이 건설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문학만큼 다양한 개인들의 생각과 느낌을 작가마다 독특한 스타일로 우리에게 전달해주는 세계가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