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두갑의 '세상을 상상하는 과학'] 생태학이 만드는 자연친화적 과학기술

조선일보
  • 이두갑 서울대 교수·과학기술사
    입력 2015.03.14 03:00 | 수정 2015.03.14 03:17

    배리 카머너 '원은 닫혀야 한다'

    이두갑 서울대 교수·과학기술사
    이두갑 서울대 교수·과학기술사
    과학자는 실험과 상상을 통해 자연 세계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얻는다. 이들은 세계를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며 생각하지도 못했던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우리가 지니고 있던 근본적인 개념이나 이론들에 도전하며 기존 세계관을 뒤흔든다. 그리고 과학자들은 때때로 새로운 과학적 이해에 기반을 두어서 대안적인, 새로운, 좀 더 나은 삶과 세상에 대해 사유한다. 앞으로 이 칼럼은 과학자가 상상하는 사회와 삶의 모습을 소개하며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과학의 모습을 보여주는 책들을 소개할 것이다.

    이번에 유려하게 다시 번역된 배리 카머너의 '원은 닫혀야 한다'는 그의 생태학적 지식과 사상에 기반을 둬 지속 가능한 사회를 상상하고 있는 책이다. 첫 번째 지구의 날이 지정된 1970년, '생존의 과학: 생태학'이라는 제목으로 세계적인 주간지 타임의 표지를 장식한 카머너는 사실 우리에게 낯선 과학자다. 하버드대학을 졸업하고 생태학이라는, 당시로는 생소했던 학문을 가르쳤던 그는 원자폭탄 실험에서 나오는 방사능 물질이 어떻게 자연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생존을 위협하는지를 밝히며 '실천하는 과학자'로 등장했다.

    환경 위기의 근원에 대한 이해와 해결에 목말라하던 1970년대. 카머너는 기술 시대의 인간의 삶과 이윤을 추구하는 경제체제가 수백만년 동안 마치 하나의 원을 그릴 수 있을 정도로 조화롭게 공존했던 생명체와 그 주변 환경과의 관계를, 그 생명의 순환 고리를 무너뜨렸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화학비료는 토양 생태계의 자연 순환에서 일탈한 인공적인 존재고, 그 생태학적 특징상 과다 사용되며 농장 주변의 유아들을 아질산염 독성에 노출시켰음을 지적한다.

    배리 카머너 '원은 닫혀야 한다'
    구매하기 미리보기
    카머너는 생태학에 기초한 과학기술과 경제체제를 주장한다. 즉 생명의 순환 고리에 대한 이해와 존중에 기초해 지속 가능한 삶과 사회를 전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과 자연 간의 정교하고 복잡한 관계와 상호 작용을 총체적으로 바라보는 생태학적 시각이 환경 위기를 극복할 사회 변화의 근간을 이룰 수 있다고 설파했던 그의 강연은 항상 수많은 대학생과 대중으로 붐볐다. 1980년 그는 미국의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며 지속 가능한 생태 사회라는 새로운 정치적 지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원은 닫혀야 한다'는 자연을 조화롭고 이상적인 곳으로 상정하고, 인간 경제 활동의 파괴적인 측면만을 조명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자연 친화적이고 지속 가능한 삶에 대한 열망이 어느 때보다도 강한 지금이야말로 이 책을 읽어야 할 시점이 아닐까. 생태학적 지식과 사고의 기원이 이 책 안에 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