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에 저항하던 그들이 자본을 따르게 된 이유

조선일보
  • 이한수 기자
    입력 2015.03.14 03:00

    '저항 주식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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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항 주식회사|피터 도베르뉴·제네비브 르바론 지음황성원 옮김|동녘|276쪽|1만4000원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환경보호단체 시에라클럽은 2007~2010년 미국 가스 업계에서 2500만달러(약 282억원)가 넘는 기부금을 받았다.

    2008년에는 이른바 '천연 세제'를 만든다는 회사 제품에 로고를 집어넣는 대가로 판매액의 1%를 받았다. 이 단체가 특별히 '모럴 헤저드(도덕적 해이)'에 빠진 것은 아니다. 다수 시민단체가 기업에서 흘러나온 돈으로 활동 자금을 삼고 있다. 직접 돈을 받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기업이 설립한 재단이나 기구를 통한 간접적인 돈은 기꺼이 받고 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와 영국 셰필드대 연구원인 두 저자는 시민의 자발적 참여와 지지를 기반으로 하는 시민사회운동이 기업의 돈을 받고 스스로 기업화하고 있다고 고발한다. 진보적 사회운동을 한다면서 자본주의 비판의 깃발을 올린 시민단체가 사실상 저항을 팔아 자본을 배 불리는 주식회사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에서 돈을 조달한 시민단체는 결국 진보적 변화를 바라는 시민들의 요구에 반응하기 어려워지고, 시민의 관심이 더욱 멀어지게 되면서 다시 기업과 국가의 지원에 의존하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저자들은 장기적으로 볼 때 이 시민단체들은 더 많은 이윤을 올리려는 기업에 기여하고 기존 체제를 유지하는 힘으로 작용한다고 말한다.

    모든 시민단체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기 어려운 환경을 딛고 힘들게 활동하는 시민운동가의 노력을 폄훼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시민단체 스스로 자기 성찰과 생산적 논의를 할 계기를 준다. 미국 사례들이 많지만 우리 시민단체도 귀 기울여야 할 대목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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