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시] 음지식물

조선일보
  • 문태준 시인
    입력 2015.03.14 03:00

    [가슴으로 읽는 시] 음지식물
    /김성규

    음지식물

    음지식물이 처음부터 음지식물은 아니었을 것이다
    큰 나무에 가려 햇빛을 보기 어려워지자
    몸을 낮추어 스스로 광량(光量)을 조절하고
    그늘을 견디는 연습을 오래 해왔을 것이다
    나는 인간의 거처에도 그런 현상이 있음을 안다
    인간도 별수 없이 자연에 속하는 존재이므로

    ―정희성(1945~ )


    일광(日光)의 양이 부족하고 대체로 축축한 곳에서 자라는 식물들이 있다. 탁 트여 넓고 밝고 시원한 곳과는 아주 다른 곳에서 그들은 자란다. 시인은 그런 음지식물들이 생존 방식 차원에서 그늘을 견디면서 살아오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견딘다'는 말에는 '여기에 고통이 있다'는 뜻이 담겨 있다.

    사람도 하나의 '작은 자연'이어서 사람 사는 세상에도 음지가 있다. 음지에서 그늘을 견디고 있는, 고통을 참고 버티며 살고 있는 사람이 많다. 세상에 봄이 왔지만 아직 잔설(殘雪)과도 같은 찬 기운 속에서, 그늘진 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 많다. 나에게 고운 모래처럼 쏟아지는 빛을 한 줌 덜어내서 한 평의 음지에 부어줄 줄 아는 그런 봄이 되었으면 한다. 올봄에는 우리의 마음이 넓고 아량이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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