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칭찬 받으려 애쓰지 마라… 인정해 주는 사람 없어도 행복할 수 있다

조선일보
  • 곽아람 기자
    입력 2015.03.14 03:00 | 수정 2015.03.14 03:28

    '미움받을 용기' 공동 집필 기시미 이치로·고가 후미타케

    의기 투합한 철학자와 작가
    "아들러 심리학 대중화" 플라톤 '대화편' 형식 빌려 4년 간의 대화를 책으로

    남 눈치 보지 말라
    '인정 욕구' 없애려면 상대방의 감사 기대 말고 일 자체에서 만족 느껴라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현재는 리허설 아닌 本放… 미래에 휘둘리지 말고 지금, 여기를 중시해야

    아들러 심리학을 풀어쓴 베스트셀러 ‘미움받을 용기’의 공동 저자인 기시미 이치로(왼쪽)와 고가 후미타케가 지난 11일 한국을 찾았다. 이들은 “누구나 납득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대면서 ‘나는 ~해서 ~를 못 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열등감 콤플렉스’를 만드는 그런 요소들을 신경 쓰지 말고 밝은 미래를 만들어 나가자는 것이 아들러 심리학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아들러 심리학을 풀어쓴 베스트셀러 ‘미움받을 용기’의 공동 저자인 기시미 이치로(왼쪽)와 고가 후미타케가 지난 11일 한국을 찾았다. 이들은 “누구나 납득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대면서 ‘나는 ~해서 ~를 못 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열등감 콤플렉스’를 만드는 그런 요소들을 신경 쓰지 말고 밝은 미래를 만들어 나가자는 것이 아들러 심리학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오종찬 기자
    "남 눈치 보지 마라. 자유란 남으로부터 미움을 받는 것이다. 모든 사람으로부터 사랑받을 순 없다."

    이런 메시지를 담은 책 한 권이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본 철학자 기시미 이치로(59)와 작가 고가 후미타케(42)가 공동집필한 책 '미움받을 용기'(인플루엔셜).

    지난해 11월 국내에서 출간돼 석 달 만에 교보문고·예스 24 등 주요 서점에서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며 20만부가량 팔렸다. 일본에선 2013년 12월 출간 이래 모두 70만부가 팔리며 지난해 일본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체면을 중시하는 한국, 남에게 폐 끼치는 것을 금기시하는 일본, '남의 눈'을 중시하는 두 나라에서 이 도발적인 제목의 책이 인기 절정에 오른 까닭은 뭘까. 11일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기시미 이치로와 고가 후미타케를 만났다. 한국 신문과의 첫 대면 인터뷰다.

    3·11 대지진 4주년… 日사회 변화 움직임

    '미움받을 용기'는 오스트리아 출신 심리학자 알프레트 아들러(1870~1937)의 이론을 철학자와 청년의 대화 형식으로 풀어 썼다. 아들러는 "어린 시절에 입은 트라우마(정신적 외상)가 평생을 지배한다"는 프로이트의 '원인론'을 부정한다. 대신 인간의 자유의지를 강조하면서, 인간은 '목적'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존재라고 말한다. 이를테면 어릴 때 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한 것이 원인이 돼 은둔형 외톨이가 되었다고 주장하는 청년의 사례를 듣고서는 '불안해서 밖으로 나오지 않는 것'이 아니라 '밖으로 나가지 않겠다는 목적을 위해 불안한 감정을 지어내는 것'이라고 풀이하는 식이다.

    ―'미움받을 용기'를 갖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닌데, 이 책이 지금 이 시기에 큰 울림을 줄 수 있었던 건 사회의 어떤 요인 때문일까.

    (기시미) "과거의 일 때문에 내가 어쩔 수 없이 이렇게 산다고 생각해 왔던 사람들이 이제는 그 생각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일이 많다고 느낀 것 같다. 오늘이 3·11 대지진이 일어난 지 4주년 되는 날이다. 그 일로 고통받고 있던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이제 좀 다른 삶을 살아야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들었다.

    1995년 고베 대지진은 천재(天災)였지만, 3·11 대지진은 천재와 방사능 유출 문제 같은 인재(人災)가 결합된 거였다. 그래서 '어쩔 수 없었다'는 말 한마디로 설명이 안 되는 거다. 당시 숨진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아, 이런 일이 일어난 것 자체가 이상하다'라고 투쟁해야 한다는 것을 사람들이 깨닫기 시작했다. 한국도 그렇겠지만 일본은 연장자가 하는 말을 젊은 사람이 따라야 하는 문화가 뿌리 깊은 나라다. 이 지진을 계기로 젊은이들도 연장자에게 '아, 이건 이상하잖아' 하고 말을 할 필요를 느끼게 된 거다."

    미움받을 용기
    ―한국에선 30대 여성이 이 책의 주 독자층이다.

    (기시미) "일본에서도 20~30대 여성이 많이 사 봤다. 젊은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책인 것 같다. 반대로 기성세대들은 이 책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말을 많이 한다. 잃을 게 없는 젊은이나 여성은 이 책을 받아들이지만, '윗사람'들은 '아랫사람'들의 의견을 들어줘야 한다는 것에 대한 공포감이 생기는 것 같다."

    ―프로이트·융과 함께 '심리학의 3대 거장'으로 불리지만, 아들러는 그렇게 많이 알려진 심리학자는 아니다. 당신들은 어떻게 해서 아들러에 관심을 갖게 됐나.

    (기시미) "30대 때 아이가 생기면서 고민이 시작됐다. 자식이란 게 부모 마음대로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 아이와 대등한 관계를 맺는다는 게 어떤 건지 생각하면서 아들러 심리학에 빠져들게 됐다."

    (고가) "1999년 겨울, 도쿄의 한 서점에서 기시미 선생님의 '아들러 심리학 입문'을 집어들면서다. 당시 어떻게 살아야 할지 해답을 찾지 못했다. 그러던 차에 책을 읽자 '카운슬러나 철학자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내 힘으로 인생을 바꿀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가와 기시미의 만남이 이루어진 건 2010년, 도쿄에 사는 고가가 아사히 신문에 게재할 인터뷰를 위해 교토 인근 가메오카에 살고 있는 기시미를 찾아간 것이 계기가 됐다. 두 사람은 이내 아들러 심리학을 대중에게 알리는 책을 쓰자는 데 의기투합했다. "제가 당신의 플라톤이 되겠습니다"라는 고가의 말에 플라톤이 소크라테스 철학을 담아낸 '대화편'의 형식을 빌리기로 결정했다. 고가는 4년간 신칸센으로 3시간을 달려가 일곱 번 기시미를 방문했고, 한 번 만날 때마다 다섯 시간 넘게 대화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미움받을 용기'다

    현재가 '본방'이다

    ―책에서 인생은 선(線)이 아닌 점(點)의 연속이라며, 어떻게 될지 모르는 미래에 휘둘리지 말고 '지금, 여기'를 중시하라고 했다.

    (기시미) "현재란 미래를 위한 리허설이 아니다. 현재가 '본방(本放)'이다. 물론 지금 열심히 살면 그게 나중에 아주 큰 '점'에 도달할 수도 있겠지. 그러나 그렇지 않더라도 큰 문제는 아니다."

    ―직장 상사가 부당하게 화를 낼 때는 그건 '그의 과제'로 돌리고 '내 과제'에 집중하라고 했다.

    (기시미) "상사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것이 부하직원의 '일'은 아니니까. 상사가 야단을 치는 건 상사 자신이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에 부하에게 화풀이를 하는 셈이다. 상사가 하는 말이 올바르면 그를 따르고, 그렇지 않으면 반대하는 것이 부하직원의 과제다."

    ―일본의 '회사인간' 개념과는 거리가 먼 생각인 것 같다.

    (고가) "맞다. 일본에서 아들러 심리학이 받아들여지기 힘든 측면이 분명히 있다."

    (기시미) "아들러 심리학은 이상(理想)이다. 현실과 동떨어져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만 이야기하면 현실을 바꿀 수 없다. 그래서 이상을 이야기해야 하는 거다. '일본 회사는 원래 이렇다', '일본엔 회사 인간이 많다'라고 설명하는 것만으로는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현실은 이렇지만 어떻게 미래를 바꾸고 싶은지, 목적이 뭔지에 대해 이야기하자고 하는 거다."

    '미움받을 용기'의 주요 메시지
    /그래픽=김성규 기자

    ―남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포기하라고 했다.

    (기시미) "누군가로부터 인정을 받아야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기를 인정해 주는 사람이 없으면 행복하다고 생각할 수 없다. 인정해주는 사람이 없더라도 자기가 만족하면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거다. 인정 욕구를 없애기 위해선 남에게 공헌해야 한다.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걸 실감하면 된다. 상대방의 감사를 기대하지 않고 남을 위한 일 자체로 만족감을 느끼는 것, 거기서 용기가 생기는 거다."

    인터뷰 도중 몇 번 "과거에서 영향받지 않는다는 게 가능한가. 인간이 그렇게 강한 존재는 아니지 않으냐"고 물었다. 고가는 답했다. "아들러 심리학이 굉장히 엄격하다고 생각해 상처를 입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 '지금 너는 너의 부정적인 면을 과거 탓으로 돌리고 있지? 그런데 지금의 너는 네가 다 만든 거잖아'라고 꾸짖는 걸로 해석한다. 그러나 사실 아들러는 '과거와 당신은 관계가 없고, 자유롭게 밝은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용기를 주고 있다."

    "칭찬받으려 하지 마라"

    ―'남에게 칭찬받으려 하지 마라. 칭찬은 자기보다 능력이 뒤떨어지는 상대를 조종하기 위한 거다'라고 썼다.

    (기시미) "칭찬이란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하는 거니까. 남에게 칭찬받아야만 하는 사람은 자립심이 없다. 인정 욕구가 있는 아이는 복도에 쓰레기가 떨어져 있으면 일단 주변을 본다. 자기를 칭찬해줄 사람이 없으면 쓰레기를 줍지 않고 가 버린다. 칭찬해줄 존재를 옆으로 제쳐두고 삶을 생각해야 한다."

    ―'남에게 미움받아도 상관없다'는 인식이 사회에 방종과 무질서, 혼란을 가져다주지는 않을까.

    (고가) "그래서 아들러는 공동체를 중시한다. 아들러는 타인에게 공헌한다는 '길잡이 별'만 놓치지 않는다면 공동체가 망가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기시미) "불교에 '자등명법등명(自燈明法燈明)'이란 말이 있다. 스스로를 밝혀 세상의 진리를 밝힌다는 이야기다. 이 생각이 있는 한 사회가 무질서 상태에 빠지지는 않는다."

    ―'남에게 어떻게 보이느냐'에만 집착하는 삶이야말로 '나' 이외에는 관심이 없는 자기중심적인 생활양식이라고 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자기중심적이라고 생각한다.

    (기시미) "남의 눈이라는 것이 항상 올바르다면 문제가 없겠지. 그러나 그 시선이 올바르지 않다면 사람들이 모두 다 그른 쪽으로 가 버리는 거다. 여행 중 절벽을 만나면 집단 투신한다는 나그네쥐처럼 말이다. 남의 눈이 과연 올바른지를 판단하는 힘이 필요하다."

    기시미와 고가 모두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우리 나이로 예순인 기시미는 '미움받을 용기' 한국어판 출간을 계기로 지난해 말부터 한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영어, 독일어, 고대 그리스어까지 섭렵했지만 일본어를 제외한 아시아 언어를 배우는 건 한국어가 처음. 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한 딸이 그의 선생님이다. 인터뷰가 끝나고 책에 사인을 요청하자 그는 이렇게 적었다. "지금 여기를 진지하게 살아라."

    ‘열등감’ 단어 처음 사용… 자기 계발의 아버지

    ‘심리학 3大거장’ 알프레트 아들러

    ‘심리학 3大거장’ 알프레트 아들러
    빈 정신분석협회의 핵심 일원으로 프로이트와 함께했지만, 무의식과 의식을 분리해 인간을 바라보는 프로이트의 주장에 반대해 그와 결별하고, 인간을 몸과 마음이 분리될 수 없는 ‘전체’이자 ‘하나’라고 보는 개인심리학을 창시했다. 그러면서 인간은 사회 안에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는 존재이며, 인간의 모든 행동엔 어떤 ‘목적’이 있다고 보았다. ‘열등감’이란 단어를 처음 쓰기 시작했으며, ‘인간은 이런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발전해나간다’고 보았다. 데일 카네기, 스티븐 코비 등 자기 계발 멘토들에게 영향을 주어 ‘자기 계발의 아버지’라고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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