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出家하면 세상 등진다? 가슴에 품는 겁니다"

조선일보
  • 김한수 기자
    입력 2015.03.13 03:00

    청소년·장병과 함께 템플스테이… 해남 일지암 법인 스님
    '검색의 시대, 사유의 회복' 출간

    법인 스님은“불교는 지혜와 나눔의 두 날개로 날아야 하는데 그동안 깨달음에만 매달려온 것 같다”고 했다.
    법인 스님은“불교는 지혜와 나눔의 두 날개로 날아야 하는데 그동안 깨달음에만 매달려온 것 같다”고 했다. /불광출판사 제공
    전남 해남 일지암. 초의 선사가 머물렀던 '차(茶)의 성지'다. 여긴 TV, 인터넷, 스마트폰 모두 안 된다. '일시 정지'다. 암주(庵主) 법인 스님은 말한다. "사는 대로 생각하지 말고, 생각하며 살자" "가상현실을 살지 말고, 생생현실을 살자." 그가 최근 발간한 '검색의 시대, 사유의 회복'(불광출판사)에 그런 생각 조각을 모았다.

    그는 "불교는 지혜와 자비의 양 날개가 있는데, 왜 그동안 지혜에만 매달렸나 모르겠다"고 했다. 중3 때 출가해 실상사 '화엄학림' 학장, 대흥사 수련원장, 그리고 조계종 교육부장으로 템플스테이와 스님들 교육에도 깊이 관여했던 그는 "2012년 일지암으로 내려온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고, 문부터 열었다"고 했다. 청소년들과 '관심 사병', 출가에 뜻을 둔 청년들과 함께 지냈다. 밥 해주는 공양주도 없는 일지암에서 이들은 스님과 함께 밥 짓고, 도토리묵 쑤고, 청소하고, 차를 마셨다. 새벽 2~3시까지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눴다. 참가자들의 마음이 열리고 사유의 회로(回路)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그런 변화를 보는 그의 마음도 함께 열렸다.

    "불교 수행법엔 문사수(聞思修)가 있습니다. 잘 듣고, 생각하고, 실천하는 것이죠. 흔히 '출가'라고 하면 세상을 등지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게 아닙니다. 세상을 품고 수행해야지요. 무관심이 아니라 더 적극적인 관심입니다." 그는 '힐링'의 가치를 인정한다. 그러나 그건 값싼 동정이 아니다.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부분만큼 치유해야지 무조건 받아주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 '냉정하다'는 말도 더러 듣는다.

    사유는 자성(自省)으로 이어진다. "(스님들이) 생명생태적 삶을 살지 못하면서 전통과 관습으로 행하는 발우공양(밥, 국, 반찬을 나무그릇에 담아 고춧가루 하나 남기지 않고 깨끗이 먹는 사찰 식사법)은 한 컷의 사진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는 책에서 과거 어린이 한문학당을 진행하면서 어린이에게 얻어맞고 얼떨떨했던 '죽비 한 방'을 털어놓는다. 하도 개구쟁이 짓을 하기에 "야, 이놈들아, 공부해서 남 주냐!" 버럭 고함을 쳤더니 한 아이가 그랬다. "스님은 공부해서 지금 남 주고 있잖아요." 그는 지금 '공부해서 남 주기'에 골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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