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브레인 스토리] [126] 무슨 색깔일까?

조선일보
  •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입력 2015.03.12 05:49

    김대식 KAIST 교수 사진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원피스 한 벌의 색깔이 인터넷을 뜨겁게 하고 있다. 뇌과학을 전공하는 나 자신 역시 사진을 처음 보고 갸우뚱했다. 평범한 검정, 파랑 줄무늬 원피스 갖고 왜 이렇게도 난리인가?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내 학생들 눈에는 같은 드레스가 '금색, 하얀색'으로 보인다는 게 아닌가? 인터넷 설문조사에 따르면 약 60% 정도는 드레스 색깔을 금색, 하얀색으로 인식하는 반면, 40% 정도는 검정, 파란색으로 보고 있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뇌는 머리 안에 있다. 스스로 세상을 알아볼 수 없기에 뇌는 눈, 코, 귀 같은 센서들의 입력 값들을 통해 현실을 알아내야 한다. 하지만 인간의 오감은 불완전하고 노이즈가 많기에, 뇌는 절대로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본다는 것은 해석한다는 말과 동일하다는 말이다. 망막에 꽂히는 정보는 대부분 광자들의 확률분포뿐이다. 색깔, 형태, 입체감 모두 뇌의 해석을 거쳐야 가능하다. 지금 우리 눈에 보이는 세상은 '인풋(input)'이 아니라 뇌의 해석을 이미 거친 '아웃풋(output)'이라는 말이다. 결국 서로 다른 회로망을 가진 뇌들은 다른 아웃풋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개구리는 모든 물체를 움직이는 것과 움직이지 않는 것들로만 구별하고, 박쥐는 초음파로 세상을 인식하는 것같이 말이다.

    이 세상 어느 두 사람의 뇌도 100% 동일하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 눈에 보이는 세상 역시 조금씩 다르다는 결론을 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모두 같은 것을 보며 산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바로 언어의 한계 때문이다. 우리 눈에 보이는 세상을 타인에게 보이는 그대로 전달할 수는 없다. 우리는 항상 '언어'라는 도구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어의 해상도가 인식의 해상도보다 낮기에 서로 다르게 보는 세상을 동일한 단어를 통해 표현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이번 '드레스 사건'의 핵심은 바로 이거다. 같은 드레스가 다르게 보이는 것이 신기한 게 아니라, 서로 다르게 보는 세상을 같다고 착각하며 살고 있는 우리가 신기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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