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퍼트 美대사 테러] 리퍼트 "덤으로 얻은 인생… 韓·美관계 발전에 최선"

조선일보
  • 정시행 기자
    입력 2015.03.10 03:00 | 수정 2015.03.10 12:38

    - 朴대통령, 곧장 병원으로
    "상처 부위도 그렇고… 어쩌면 그리 비슷한지 하늘의 뜻 있는 것 같아"

    - 리퍼트 대사 '파격'에 감사
    "대통령님 수술 경험 덕에 의료진은 수월했다고 해… 대통령께 많은 빚 졌다"

    박 대통령의 9일 리퍼트 대사 병문안은 여러모로 파격이었다. 9일간의 중동 순방 이후 청와대도 들르지 않고 곧장 병원으로 이동했다. 서울에 머물렀던 이병기 비서실장도 공항에 영접 나갔다가 합류했다. 박 대통령은 병원 지하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리퍼트 대사가 있는 20층 귀빈 병실로 올라갔다. 환자복이 아닌 평상복 차림의 리퍼트 대사는 병실 입구에서 웃으며 박 대통령을 악수로 맞이했다. 두 사람은 정갑영 연세대 총장, 윤도흠 세브란스병원장, 유대현 집도의 등이 배석한 가운데 10여분간 대화를 나눴다.

    이날 만남은 당초 빡빡한 박 대통령의 순방 일정과 경호 문제 등으로 성사될 가능성이 낮게 관측됐다. 또 앞서 이완구 국무총리와 김무성·문재인 등 여야 대표가 잇따라 리퍼트 대사를 문병했고, 리퍼트 대사도 잘 회복되고 있어 곧 퇴원을 앞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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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9일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마크 리퍼트 주한 미 대사를 병문안한 뒤 의료진과 환담하며 2006년 ‘커터 칼’ 공격을 당해 봉합 수술을 한 오른쪽 얼굴 아랫부분을 만지고 있다. 박 대통령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정갑영 연세대 총장, 윤도흠 세브란스병원장,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 인요한 국제진료센터장, 정남식 연세의료원장, 유대현 집도의. /청와대 제공

    그러나 박 대통령은 주한 외국 대사 피습이란 초유의 사태, 특히 한·미 동맹에 균열이 갈 위험을 매우 민감하게 인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직접 나서서 사태를 마무리하고, 미국 측에도 그 진정성이 충분히 전달돼야 한다는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리퍼트 대사 피습 직후 중동 현지에서 "한·미 동맹에 대한 테러" "배후 여부를 철저히 조사하라"며 강도 높은 대응을 정부에 지시했었다.

    박 대통령은 과거 자신의 피습 경험을 이야기하며 리퍼트 대사에게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위로의 말을 했다. 박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표이던 2006년 5월 20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신촌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지지 유세를 하기 위해 연단에 오르다 지충호(당시 50세)에게 문구용 칼로 피습을 당했다. 오른쪽 뺨에 길이 11㎝, 깊이 1~3㎝의 자상을 입고 가까운 세브란스병원으로 후송돼 60바늘을 꿰매는 수술을 받았다. 당시 박 대통령도 현장에서 스스로 지혈을 했다. 수술 직후에 "대전은요?"라는 말을 함으로써 뒤지고 있던 충청 지역 선거 판세를 뒤집으며 지방선거를 압승으로 이끌고 본인도 정치인으로서 국민에게 각인되는 계기가 됐다.

    이날 박 대통령은 "어쩌면 그렇게 (피습에) 비슷한 점이 많은지요. 상처 부위도 그렇고 두 시간 반 동안 수술을 받은 것도 그렇고…"라며 "그때 의료진이 '하늘이 도왔다(목숨을 건졌다)'고 했는데, 이번에 대사님에 대해서도 '하늘이 도왔다'고 하더라. 뭔가 하늘의 뜻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도 했다. 이어 리퍼트 대사에게 한·미 관계 발전이라는 사명감을 갖고 일해달라는 취지의 당부를 했다.

    리퍼트 대사는 "이곳 의료진이 과거 대통령님을 수술한 경험이 있어 같은 부위에 상처입은 저를 수술하기가 수월했다고 한다"며 "여러모로 대통령께 많은 빚을 졌다"고 화답했다. 리퍼트 대사는 또 "대통령님을 비롯해 대한민국 정부와 한국 국민이 보여준 관심과 위로에 저는 물론 아내도 큰 축복이라고 느꼈으며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양국 관계 발전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이후 의료진에게 최선의 치료를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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