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넴초프 살해 용의자 5명 체포"… 조작 의혹

    입력 : 2015.03.09 03:00 | 수정 : 2015.03.09 11:12

    체첸系 인물 신원 안밝히고 구체적 증거도 제시 안해
    과거 푸틴 政敵 피살때도 체첸系를 범인으로 몰고가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보르트니코프 국장은 7일(현지 시각) 국영 TV에 나와 "지난달 27일 발생한 야당 지도자 보리스 넴초프 살인 용의자로 북(北)캅카스 체첸 출신 안조르 구바셰프와 자우르 다다예프를 체포했으며, 이 같은 사실을 푸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발표했다. 몇 분 안 되는 발표문에는 이들이 누구인지, 왜 그들을 용의자로 지목했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체포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었다. 기자회견 형식이 아니었기에 일문일답도 없었다. 이후 러시아 수사 당국은 언론에 구바셰프의 남동생 등 3명의 용의자를 더 붙잡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의 이름뿐 아니라 어디서, 왜 체포했는지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없었다.

    푸틴의 정적(政敵) 넴초프 피살에 세계의 관심이 쏠려 있지만, 러시아 수사 당국이 구체적 증거도 없이 체첸 출신들을 용의자로 체포했다고 발표하면서 수사에 대한 의구심이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 카스피해와 흑해 사이에 있는 북캅카스는 체첸자치공화국을 중심으로 수니파 이슬람교도가 주민의 다수다. 러시아로부터 분리 독립을 추진하면서 러시아 중앙정부와 두 차례 내전을 치르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불법 무기가 넘쳐나고, 테러리스트의 근거지가 됐다. 이 때문에 이전에도 푸틴 정적들이 의문의 살해를 당했을 때, 러시아 당국이 이 지역 출신을 범인으로 몰고 간 사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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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의자, 법정으로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 보리스 넴초프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용의자가 8일 복면한 무장 경찰에 붙들린 채 모스크바 법원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법원은 “살인 혐의 인정 여부를 묻기 위해 용의자 5명을 법원에 출두시켰다”고 밝혔지만, 이들이 왜 용의자로 지목됐고 어떻게 체포됐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AP 뉴시스

    체첸에서 러시아군의 인권 유린을 고발하는 기사를 게재했던 여기자 안나 폴리트코프스카야가 2006년 피살됐을 당시, 범인으로 체포된 이들도 체첸 출신이었다. 체첸을 위한 기사를 썼던 폴리트코프스카야가 체첸인의 손에 죽었다는 수사 결과였다. 이들의 배후는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미국계 언론인 폴 크레브니코프가 2004년 모스크바에서 살해됐을 때도 체첸인들이 범인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이들은 나중에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무죄로 풀려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과거에도 러시아와 갈등 관계인 체첸 출신이 청부 살해와 관련된 혐의로 기소된 경우가 자주 있었다"며 "야권 인사들이 정부 발표에 대한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넴초프가 지난 1월 프랑스에서 발생한 시사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를 비난했다는 점에서, 러시아 정부가 이번 사건을 체첸 출신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보복 테러로 몰고 가려 한다는 의심도 나온다. 넴초프의 딸 자나는 CNN 인터뷰에서 "용의자가 체첸 출신이라고 발표한 건 놀랍지 않다. 러시아 정부가 당연히 그럴 줄 알았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현재 체첸자치공화국 대통령은 푸틴 측근인 람잔 카디로프가 맡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용의자 다다예프는 체첸의 경찰 특공대 출신이며, 구바셰프는 모스크바의 사설 보안업체에서 일했다"고 보도했다. 다다예프의 어머니는 인테르팍스에 "다다예프와 구바셰프는 사촌지간"이라며 "아들이 범인일 리 없다"고 말했다.

    모스크바 법원 대변인은 8일 "용의자 5명이 기소를 위해 법원으로 이송됐다"고 밝혔다. AP통신은 "기자들이 법원에 몰려 있지만, 내부 접근이 엄격히 통제돼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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