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외과 의사들이 찾아가 들을 만큼 전문성을 인정받은 뇌과학 강연이 있다. 자연과학 학습단체인 '박문호의 자연과학 세상(박자세)'에서 진행하는 박문호(56) 박사의 강연이다. 그의 강의를 듣고 나면 일반인도 전문가에 준하는 식견을 갖게 된다고 한다. 어렵기로 소문난 강의지만 4300명이나 되는 회원들이 머리를 싸매고 공부한다. 유미특허법인이 설립한 유미과학문화재단은 '박자세'를 제1회 유미과학문화상 수상자로 선정해 6일 상패와 부상(3000만원)을 수여했다.
박문호 박사의 전공은 뇌과학이 아니다. 그는 경북대 전자공학과를 나와 미국 텍사스 A&M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원으로, 28년째 뇌와 무관한 통신용 반도체 레이저를 연구하고 있다. 그는 "박사학위를 받고 연구원에 복직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뇌과학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조선의 선비들은 평생 공부를 하지 않았습니까. 학자로서 자연과학으로 세상의 이치를 깨치고 싶었습니다."
혼자 공부한다고 쉬운 책만 본 것은 아니다. 철저히 대학 교과서와 논문에 의존했다. 지난 10년간 무려 3000권의 책을 독파했다. 그 결과 뇌과학, 상대성이론, 양자역학 등 다양한 과학 분야를 씨줄과 날줄처럼 촘촘히 엮어 말할 수 있게 됐다. 그는 2002년부터 자신이 터득한 자연과학의 '지혜'를 연구 모임인 '수유너머', 그리고 삼성경제연구원, 서울대, KAIST, 불교TV, YTN사이언스 등에서 강연해 세상의 주목을 받았다. 2012년에는 '박자세'가 공익사단법인으로 승인받았다.
박 박사의 강연은 까다롭다. 그는 "제 강의에서는 종교·정치 얘기는 절대 꺼내지 않고, 그와 관련한 질문도 사절"이라고 말한다. 과학을 철학이나 종교에 빗대 설명하는 것도 금물이다. 그가 보기에 과학을 쉽게 설명한 책들이 오히려 일반인들을 과학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책 읽는 버릇을 들이려고 어린아이가 만화를 보는 건 좋습니다. 하지만 대학에 가서도 만화로 세상을 보나요? 쉬운 과학책만 보면 영원히 과학의 실체에 접근할 수 없습니다."
그는 "과학이 어려운 것은 용어가 낯설기 때문"이라며 "힘들어도 처음부터 전문용어들을 제대로 익히고 나면 과학이 훨씬 쉬워진다"고 말했다. 박자세 회원들은 그의 강의를 듣고 따로 학습 모임을 만들어 익힌다. 지구의 형성 과정을 공부하고는 호주 마블바 지역의 35억년 전 지층 탐사여행도 떠났다. 그 결과들을 책으로도 펴냈다.
박 박사는 "우리나라 성인의 절반이 문과(文科)를 나오고 전공 외 공부에는 무관심해 과학 지식이 중학교 2학년 수준에 머무는 실정"이라고 개탄했다. 그는 "인류 지식의 80%가 자연과학에서 나왔다"며 "지식인이라면 자연과학 대 인문학·사회과학을 8 대 2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입력 2015.03.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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