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연평균 10%의 경제성장을 구가했던 중국이 올해 '7.0% 안팎'의 성장 목표를 5일 제시했다. 2012년 '바오바(保八·8%대 경제성장률 유지)'를 포기하고 7.5% 성장 목표를 세운 데 이어 이제는 '바오치(保七·7%대 성장률 유지)'라는 새로운 목표를 내세우고 꺼져가는 성장 엔진 덥히기에 나선 것이다. 그간 제조업체들의 대규모 시설 투자와 빚을 동원한 부동산 개발 등으로 신나게 달려온 중국 경제는, 이제 정부의 재정 지출 확대와 철도·수력발전 등 대형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를 동력원으로 삼을 예정이다. 예견됐던 일이긴 하지만 투자자들은 중국 정부의 성장률 하락 공식화에 실망해 이날 상하이종합지수를 포함한 중화권 증시가 1%가량 하락했다.
중국은 지난해까지 "인위적인 경기 부양을 자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올해 들어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예고하고 있다. 재정 적자 목표치를 작년보다 20% 늘어난 1조6200억위안(약 284조원)으로 책정했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3%에 해당하는 액수다. 재정 적자로 확보한 자금은 철도와 수력발전 등 인프라 건설과 사회보장성 항목에 쓰일 예정이다. 특히 올 초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내년 말까지 총 400개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에 10조위안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는데, 이 중 300개 프로젝트(7조 위안)가 올해 안에 삽을 뜬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작년 11월에 이어 이달부터 기준금리를 연거푸 인하한 것도 '바오치'의 마지노선을 지키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중앙과 지방을 합친 중국의 올해 전체 예산은 작년보다 10.6% 늘어난 17조1500억위안(약 3400조원)으로 편성됐다.
정확한 연간 성장 목표치를 제시했던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 때와 달리 리커창 체제에서는 7% 안팎(±α)이라는 성장률 목표 구간을 정해 여유를 둔 것도 눈길을 끈다. 성장률이 실제로는 7%에 미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모건스탠리의 빅터 홀트 아시아 채권 리서치 담당은 "현재 중국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7% 성장률 목표치와 3% 인플레이션 목표치 모두 미달할 위험성이 있다"고 말했다. 루이인(瑞銀)증권의 왕타오(汪濤)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이날 "부동산 침체 등 경기 하강 압력이 강하다"고 밝혔다. 지난 1월 전국 주요 70개 도시 가운데 주택 가격이 내려간 곳은 64곳, 상승한 곳은 2곳에 불과했다.
특히 중국의 성장 동력이던 수출입 증가 목표치가 작년(7.5%)보다 낮은 6% 안팎에 머문 것은 우리 경제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산업연구원 이문형 베이징지원장은 "전자 부품 등 중간재 수출이 감소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성장률을 낮추는 대신 이날 전인대에서는 '안정' '지속 가능' '구조 조정' 등의 용어가 자주 등장했다. 중국이 초고속 발전 시대를 끝내고 중속(中速) 성장으로 접어드는 '신창타이(新常態·뉴 노멀) 시대'가 본격화한 만큼 발전 속도보다 성장의 질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주중(駐中) 한국 대사관 경제공사를 지낸 정영록 서울대 교수는 이날 "시진핑 정부의 경제 목표는 지속 가능한 성장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며 "친환경·친서민·혁신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구조 조정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