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있고 굉장히 좋은 상태입니다. 로빈(아내), 세준(아들), 그릭스비(애완견), 그리고 저는 많은 분이 보여주신 성원에 깊이 감동했습니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5일 오후 4시 30분 자신의 트위터에 남긴 글이다〈사진〉. 괴한에게 습격을 당한 지 9시간, 응급 수술이 끝난 지 4시간 만이다. 그는 이어 "한·미 동맹을 발전시키기 위해 최대한 빨리 복귀하겠다"며 한국어로 "같이 갑시다!"라고 썼다. 그는 조태용 외교부 1차관에게도 "고통스럽지만 잘 견디고 있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외교가는 물론 인터넷에서도 "죽을 위기를 넘기고 2시간 30분 동안 80바늘을 꿰매는 수술을 받은 사람이 어떻게 저런 긍정적인 글을 쓸 수 있는지 놀랍다"는 반응이 나왔다.

5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김기종씨의 습격으로 오른쪽 뺨과 왼 손목에 부상을 입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세종문화회관 인근 강북삼성병원에서 1차 치료를 마친 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으로 이송돼 걸어 들어가고 있다.

격의 없이 시민들과 어울리며 한국에 대한 '무한 애정'을 보여준 리퍼트 대사의 소탈한 행보는 작년 10월 부임 직후부터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그는 오전에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애완견을 데리고 정동 대사관저에서 세종로 대사관까지 1㎞ 남짓한 거리를 걸어 다녔고, 수시로 관저 인근 덕수궁 돌담길을 산책하며 마주치는 시민들과 대화를 나눴다.

부임 열흘도 안 돼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경기장(목동구장)에 나타나 '치맥(치킨과 맥주)'과 닭강정을 먹었고, 수학능력시험 전날엔 '수능 파이팅! 잘 풀릴 거야'라고 쓴 종이를 들고 찍은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는 등 최근까지도 파격 행보를 이어왔다. 지난달 방한한 토니 블링큰 국무부 부장관을 삼계탕집에 데려가고 지난 1월 서울에서 태어난 아들에게 '세준'이란 한국식 이름을 붙이는 등 한국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리퍼트 대사의 이 같은 행보가 더 관심을 끈 것은 그의 이력과 위상 때문이다. 리퍼트 대사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을 상원 의원 시절인 2005년부터 보좌한 최측근 인사다. 2008년 미 대선 당시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 안보 공약 입안을 주도했고 이듬해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수석보좌관과 비서실장, 국방장관 비서실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역대 최연소 주한 미국 대사(부임 당시 41세)임에도 '가장 무게감 있는 대사'란 평가가 나온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주한 미국 대사관 관계자는 "한국을 사랑하는 리퍼트 대사가 격의 없이 시민들과 어울려 (경호 문제가) 걱정이 됐었다"고 했다. 이번 피습 사건으로 리퍼트 대사의 '동네 아저씨' 행보도 어느 정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