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내수 진작을 위해 최저임금을 빠르게 올려야 한다"는 최경환〈사진〉 경제부총리의 발언에 적극 호응하고 나섰다. 새누리당은 그동안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시장의 현실적인 상황을 반영해 결정하는 것"이란 소극적 태도를 취해 왔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최 부총리 발언을 계기로) 당정은 물론이고 여야 간에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부총리가 과거 미국의 뉴딜정책 비슷하게 내수 진작 정책의 하나로 최저임금의 급속한 인상을 주장한 것 같다"며 "당과 상의는 없었지만 최저임금 인상이란 정책 방향의 전환이 디플레이션 대응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심각한 양극화를 해소하고, 저임금 근로자 비중을 줄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최 장관이 전날 디플레이션 우려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등 실물 경기의 침체가 현실화되면서 여권이 정책 방향의 선회를 시사한 것이다. 이에 따라 조만간 당정 협의를 통해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당론으로 최저임금을 대폭 올려야 한다고 주장해 온 만큼 당정만 합의하면 올해 최저임금 인상 폭은 상당히 높은 수준에서 결정될 수도 있다.
여야가 최근 4월 임시국회에서 각 지방자치단체가 '생활임금제'를 도입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일명 생활임금법)을 우선 처리하기로 합의한 것도 최저임금의 인상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생활임금제란 최저임금보다 30~40% 높은 수준에서 저소득 근로자의 임금을 보장해주는 제도다.
새정치민주연합도 "그동안 우리가 주장했던 '가계소득 중심 성장론'과 일치한다"며 환영했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최 부총리의 발언은) 우리 당이 오래전부터 주장해 온 소득 주도 성장과 최저임금 인상이 옳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발언이) 진심이라면 박근혜 정부의 경제 정책 실패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경제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도 "(여권이 말하는) 임금 인상이 그저 정치적 수사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했다.
여야가 큰 틀에선 최저임금 인상에 공감하고 있지만, 세부적인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당장 큰 폭의 인상이 이뤄질지도 지켜봐야 한다. 새정치연합은 문재인 대표가 지난 2012년 5월 발의한 최저임금법안을 사실상 당론으로 주장하고 있다.
문 대표는 개정안에서 최저임금이 전체 노동자 평균 급여의 50% 이상이 되도록 단계적으로 올려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실질임금은 295만원이었다. 현재 최저임금이 시급 5580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이를 위해선 시급을 8000원 안팎으로 올려야 한다. 여기에다 새정치연합은 공공기관의 생활임금제 도입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최저임금을 빠른 속도로 올려야 한다는 뜻이지, 꼭 평균임금의 50%로 맞춰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6월 결정된 최저임금 인상률은 7.1%로 전년의 7.2%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새누리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물가상승률이 1%대인 상황에서 올해 최저임금을 7%만 올려도 물가상승률의 6~7배가 된다"며 "전년과 똑같은 수준으로 올려도 결코 낮은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